손광주
손광주

한반도의 높은 상공에서 남과 북을 내려다보자. 어떤 모습인가? 내년(2025)이면 해방 80주년이다. 남과 북의 모습은 하늘과 땅 차이다. 올해 7월 8일은 김일성 사망 30주년이다.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도, 그의 손자 김정은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김일성도 해결하지 못한 가난을 그의 자식들이 무슨 재주로 해결하겠나. 수령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북한주민들은 밥도, 자유도, 인권도 어렵다.

북한은 1980년대 이미 국가적 수축기에 들어갔었다. 주민 총동원 천리마운동 체제로 1960~70년대 반짝 생산력이 높아졌다가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 이후부터 까먹기 시작했다. 김일성이 옥수수밭 현지지도를 가면 눈에 잘 띄는 곳은 옥수수가 크게 열렸는데, 밭 안쪽의 옥수수는 어른 가운데손가락 굵기밖에 안되었다는 것이 황장엽 전 비서의 증언이다. 1980년대부터 이미 망조가 든 것이다.

평양은 여태껏 아시안게임도 한번 개최해보지 못한 도시다.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평축)이 최후의 잔치였다. 북한정권이 역량을 쏟아부은 곳은 두 군데다. 핵개발과 대남사업. 북한은 90년대 들어 핵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대남 사업은 남한내 혁명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는데, 1980년대 주사파 운동이 절정에 올랐다가 1991년 구소련 붕괴로 내리막이었다. 1982~1992년 당시에 북한 세례를 받은 세대가 벌인 마지막 깽판이 지난 문재인 정권이었다. 그리고 이 ‘끝물’들이 오는 4월 10일 총선에서 민주당을 숙주로 삼아 최후의 결전을 벌이려는 모습이다. 이들은 끝내 실패할 것이다. 왜? 모든 국민이 이들의 ‘민주·진보·개혁’ 간판이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우리사회에 남은 최후의 꼴통들이 이들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들을 마지막으로 쓸어내면 대한민국의 ‘역사 우환’도 일단은 제거된다.

우리에게 남은 문제는 무엇인가. 한반도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한국사회는 이제야 사상적 자각이 시작되는 것 같다. 이승만의 ‘건국전쟁’이 관객 100만을 돌파한 사건은 한줄기 빛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의 주변은 아직 어둡다. 친북·좌파 시민단체들이 8 정도라면 보수우파·자유민주 시민단체들은 2 정도의 비율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간단하다. 1948년 건국과 6.25전쟁을 거치며 우리사회는 반공보수 세력이 주류가 됐다. 이들은 국제공산주의 세력과 싸워 이겼고 기적적인 산업화를 성공시켰다. 이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동안 보수우파·자유민주 시민단체가 스스로 자라날 공간이 별로 없었다. 반공보수 세력 자체가 공산주의와 김일성 정권을 가장 격렬히 반대한 자유민주체제 수호세력이었기 때문이다. 통혁당·인혁당·남민전·중부지역당·민혁당·일심회·이석기 RO(통진당)까지 여태껏 성공한 지하혁명세력이 없었던 배경도 이들의 강고한 반공보수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치·사회적 반(反)작용은 당연히 있다. 김영삼·김대중 등의 정치 공세와 1987년 사회 전 분야에서 민주화 열망이 있었다. 이 과정에 평양정권이 지하로 파고들었다. 80년대 운동권은 마르크스주의를 사상적 조상으로 하는 PD계와 김일성주의(주체사상)를 추종하는 NL계로 양분됐다. 이들의 격렬한 투쟁 속에서 반공보수 세력의 성공을 이어받아 미래지향적인 자유민주 세력이 성장할 공간이 협소해졌고, 또 필사적인 노력도 부족했다. 그 결과 김대중·노무현·이명박을 거치며 김대업 병풍 사기사건·반미촛불·광우병 난동·천안함 괴담·세월호 사태 등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사회는 점차 ‘막장 민주주의’로 흘러갔다. 김무성·박지원 등의 정치 야합에 조선·동아까지 대통령 탄핵에 나섰으니, 당시의 사회적 이성 상실 사태를 더 말해 무엇하겠나.

우리사회의 ‘막장 민주주의’는 문재인 정권 5년-이재명의 등장을 거치며 병이 깊어졌다. 사회 전반에 나쁜 정치의 영향이 지대하다. 지난해 서이초 여교사의 극단선택은 자기자식만 감싸는 학부모의 갑질이 원인이었다. 자유주의 고유의 자율성 상실과 제멋대로 자유지상주의로 가는 모습이 보인다.

4·10 총선이 자유민주 세력의 승리로 끝난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건국전쟁’에 이어 자유민주주의의 인류보편적 정통성과 세계화를 위한 문화전쟁에 나서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 정치에 혁신 우파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부패와 탐욕이 없는 깨끗한 혁신 우파. 정직·자기희생·용기·미래비전·세계정신을 갖춘 진성 자유주의 우파세력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새롭게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이들이 이승만에 이어 ‘제2의 건국’을 이끌어 갈 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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