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매년 2월 말이면 통계청은 그 전년도 인구동향조사(출생·사망 통계)를 발표한다. 2023년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합계 출산율은 0.72다. OECD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세계적 경이(驚異)다. 사망자 수는 35만3000명으로 총인구는 12만 3000명 감소했다. 지난 3일에는 2024년 연간 합계출산율이 처음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년 같았으면 ‘국가소멸’ ‘지방소멸’ 등 일파만파 파장에 대한 우려가 들끓고, 그 원인과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언론과 개인미디어(SNS)를 뒤덮었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양대 정당의 공천 관련 뉴스에 압도당했다. 누가 공천을 받았고, 누가 탈락·탈당·창당·입당하고, 당들의 지지율은 어떠한지 등. 필자 역시 여기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정치의 본령을 떠올려보거나, 사고의 시공간을 넓혀 과거와 비교하고, 선진정치와 비교하면 그저 한숨이 나온다. 한국의 공천 행태는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고, 망조도 이런 망조가 없다. 이따위 정치, 즉 권력구조, 선거제도, 정당체제와 공천시스템, 정치이념·정책·리더십으로 과연 인구·지방·재정·연금·주력산업과 보건의료 시스템 등 동시다발적인 지속가능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짙은 의구심을 억누를 수 없다.

따지고 보면 1987년 이후 밀물처럼 온 사회를 뒤덮은 민주화가 완벽히 비껴간 곳이 정당이다. 1987년 민주화의 세 주역인 재야운동권과 김영삼·김대중, 그리고 전두환·노태우 공히 정당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평화적 정권 교체 몇 번 한 것 가지고, 절차적 민주주의는 웬만큼 됐는데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다소 미흡하다는 담론만큼 큰 무지와 착각은 없다. 정당 간 생산적 경쟁과 정당의 민주화, 그리고 당원의 질적 수준 향상 없는 민주화는 사상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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