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지난 22일 미국 주요 언론사인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은, 중국 보안회사 ‘아이순’(I-SOON, 또는 안쉰·ANXUN)이 8년에 걸쳐 최소 20개국의 정부와 기업, 구글·MS(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빅테크 기업을 해킹해 기밀을 수집해 왔다고 보도했다. 대한민국과 영국·인도 등 IT 강국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국제기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순은 중국 국가안보부, 인민해방군 등과 적게는 100만 원부터 수십억 원대 규모의 계약을 수백 건 체결한, 외형적으로도 매우 밀접한 우호·협력 관계다. 민간 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소유주는 중국의 인민 해방군이라고 낙인찍힌 통신회사 화웨이, ZTE와 유사하다. 화웨이 창립자이자 CEO인 런정페이는 전직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이자 중국 총참모부 정보공학부 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2013년 5월에는 화웨이 간부가 "모든 나라의 정부가 다른 나라의 정보를 빼낸다"며 해킹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가 전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2013년 12월 한국 측에 "광대역 LTE 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동맹 간 통신에서 기밀 유출의 위험이 생길 것"이라며 경고했고, 2018년부터는 미 연방정부의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영국·인도·프랑스와 일본 등도 보이콧에 동참했다. 이렇게 세계 각국이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우리나라 대표 통신업체인 SKT와 KT 역시 화웨이, ZTE 제품을 차세대 5G 통신망 구축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부터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한 LG유플러스는 2018년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무선 통신망과 5G 장비까지 화웨이 제품을 사용 중이다. 수많은 국민의 반발과 비난이 빗발쳤지만, LG유플러스 측은 2018년 7월 권영수 부회장이 직접 나서 "여러분들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화웨이 장비 도입을 강행했다. 하지만 결국 ‘우려하는 일’은 발생했다. 아이순이 지난 8년간 탈취한 LG유플러스 통화기록은 3테라바이트에 달한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수많은 중국발 해킹에 의해, 거의 모든 국민의 자료가 넘어갔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 경고한다. 통신설비뿐 아니다.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대한민국 대표 포털, SNS 업체 역시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장애가 잦았던 카카오는 2022년 상반기 ‘엑스퓨전’으로 이름을 위장한 화웨이 ‘x86서버’ 수천 대를 도입해 구축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엑스퓨전의 소유주는 중국 허난성 정부다.

화웨이·아이순과 같은 일개 기업 수준을 넘어, 중국의 전방위적 정보수집·정보전(戰)이 계속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에 더해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처분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