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연상모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2022년 10월 3연임을 시작한 이후 12월에 극단적인 제로 코로나정책을 폐기하는 등 경제 회복에 집중해 왔다. 약 1년이 경과한 지금, 그러나 중국 경제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성장의 양대 축인 수출과 소비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줄고 있으며 증시는 폭락했다. 지난해 외국인의 대중국 직접투자액은 330억 달러에 그쳤다. 2021년의 10분의 1 수준이다. 2021년에 미국의 76%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던 중국의 GDP는 2023년에는 66%까지 주저앉았다.

중국의 경제 악화는 시진핑이 채택한 마오쩌둥 방식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공격적인 대(對)미국 정책에 기인한다. 따라서 시진핑이 경제 악화는 자신이 자초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정책을 크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최근 1년 동안 시진핑의 언급과 정책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경제정책을 보자.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을 완화, 민간경제를 중시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외 개방정책을 계속할 것이고 외자기업에 ‘중국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한다는 방침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말과는 달리 시진핑은 마오쩌둥 방식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만을 선호한다. 그의 기본적인 경제철학은 국가가 기간산업을 장악하고, 국가가 경제주체로 뛰어드는 ‘국가자본주의’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정책 변화보다는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GDP·청년실업률 등 불리한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17일 "작년 중국 경제가 5.2%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전체 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투자가 -9.6%를 기록했고 수출입도 0.2% 증가에 그쳤는데, 이런 성장률이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신뢰 부족이라는 근본적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의 민간기업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로 코로나정책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모함을 보고 미래에 불안함을 느낀 중국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있다. 외국 투자가들도 중국을 떠나고 있다. 2023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반간첩법’ 등 중국의 법제도에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진핑은 국가 및 정권의 안보에 집착해 사회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인민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퇴행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의 대미국 정책을 보자. 그간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하지만 올해 2월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관계는 악화세를 멈추고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중국 정부도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할 생각이 없다"고 수시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공격적 외교는 계속되고 있다. 일대일로사업을 추진하고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의 확대를 통해 후진국들과의 관계를 강화, 미국을 포위하고 있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주장은 계속되고,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수시로 언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미국의 국력이 분산되는 것을 바라면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여 년간을 보았을 때 향후 시진핑이 경제정책과 대미 정책을 크게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시진핑은 정책의 본질은 변화시키지 않고 전술적으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중국의 경제 침체를 해결할 수 없다. ‘중국몽’은 실현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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