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배우자실 부실장이었던 권향엽이 더불어민주당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후보로 공천받았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권향엽보다 지지율이 두 배 이상 높았지만, 민주당은 이 지역구를 여성 전략특구로 지정해 현역 의원을 컷오프 시켰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여성 전략특구는 이곳이 유일하다. 전형적인 위인설관(爲人設官) 공천이다.

권향엽에게 비정상적인 특혜를 준 이유가 무엇일까? 키워드는 ‘김혜경’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배우자 실장이었던 이해식도 서울 강동을에 단수 공천됐다. 김혜경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인물들이 프리패스 티켓을 부여받은 것이다. 김혜경의 문제를 잘 아는 인물들을 배려해 입막음한 것이 이번 공천의 숨은 뜻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권향엽에 대해서는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비명계인 홍영표와 임종석 등의 공천 탈락을 확정지은 그 심야 회의다. 민주당은 이 심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권향엽 공천을 결정한 뒤 다음날 새벽 발표했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지만, 범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도 마찬가지다. ‘개딸’들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이번 공천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향엽 등 이재명식 사천(私薦)의 가장 큰 피해자가 호남이다. 이번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임종석·홍영표·기동민·송갑석 등이 모두 호남 출신이다. 최근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한 것도 이런 공천 결과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지만 김대중 이후 호남 지역구에서 거물 정치인이 배출된 적이 없다. 민주당이 호남 정치인을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공깃돌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민주당 깃발만 들고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선시켜주니 호남 민심을 존중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에게 호남은 갖고 놀다가 언제든 쓰레기통에 처박을 수 있는 싸구려 장난감에 다름아니다. 이번 공천 파동은 그래서 호남의 자업자득이다.

더욱 궁금한 것은 이재명이 그렇게 감추고 싶어하는 ‘김혜경 문제’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면 실상이 드러나지 않고 덮일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심판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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