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긴급 현장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이 지역에 민주당에서 영입한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을 단수공천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긴급 현장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이 지역에 민주당에서 영입한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을 단수공천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비이재명계 공천 배제)을 넘어 해당 인사들의 과거 이력을 샅샅이 뒤져 이 대표에게 반대하는 활동을 했는지를 캐내는 이른바 ‘비명색출’ 공천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당 안팎에서 쏟아진다. 공천이 마무리 국면으로 갈수록 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대놓고 비명계를 추려 이들을 공천에서 떨어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지난 대선 때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여사를 보좌했던 권향엽 후보가 있다. 지난 2일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권 후보를 단수 후보로 결정했다. 이 지역 현역은 서동용 의원으로, 서 의원은 "지역 주민들이 믿고 맡겨주시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하면서 무리한 전략공천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다"고 반발했다.

실제 지난달 여수 MBC가 의뢰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 의원의 후보 선호도는 26%였고 권 후보는 12%로 두 배 차이가 넘었다. 그런데 민주당 공관위는 이 지역을 ‘여성전략특구’로 선정한다면서 권 후보를 단수공천하고 서 의원은 컷오프했다. 민주당이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한 곳은 이 지역이 유일하다.

권 후보가 느닷없이 단수공천되자 당 밖에선 "김혜경 여사 비서에게 특혜를 줬다"며 ‘이재명 명천’이란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배우자의 비서를 사천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로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악의적 주장이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지만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조차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대에도 이재명 대표가 이를 밀어붙였다고 하니 사천을 넘어서 이재명 명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가 썩은 물 공천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권 후보는 5일 광양시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략공천 대신 당당히 경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이처럼 논란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권 후보 공천을 밀어붙인 것을 두고 서 의원의 과거 이력 때문 아닌가라는 의심이 일고 있다. 서 의원이 지난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캠프에서 활동을 한 것을 민주당 지도부가 문제삼았다는 것이다. 당시 서 의원은 캠프 홍보본부장을 맡아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두고선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은 공영개발의 외피를 썼지만 실제로는 민간에게 수천억 원의 이익을 가져다준 민간개발사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논란은 경기 안산에서 벌어졌다. 선거구획정에 따라 안산지역은 안산상록갑·상록을·단원갑·단원을(4개 지역구)이 안산갑·을·병(3개 지역구)으로 조정되면서 상록갑 전해철 의원이 안산갑으로, 상록을 김철민 의원이 안산을로, 단원갑 고영인 의원이 안산병으로 출마하기로 의원간 조정했다.

그런데 지난 1일 민주당 공관위가 안산병에 박해철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조연맹위원장을 전략공천 하면서, 고영인 의원은 지역구를 떠나 안산을에서 김철민(안산상록을) 의원, 김현 전 의원과 3자 경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상 컷오프를 당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자 당 안팎에선 고 의원이 지난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 이 대표와 경선을 치른 전해철 당시 후보를 지지했던 이력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5일 채널A 돌직구쇼에서 "지금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은 비명계를 적발해내는 시스템"이라고 직격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당초 공천을 번복하고 "경기도 안산을·병 두 지역구를 전략경선 선거구로 지정하고 3인 경선을 실시할 것을 의결했다"며 "김철민, 고영인, 김현 세 사람이 국민경선 방식으로 경선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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