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D램 부문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컴퓨트익스플레스링크(CXL) 2.0 D램 제품.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D램 부문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컴퓨트익스플레스링크(CXL) 2.0 D램 제품.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D램 부문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와 오픈AI 등 해외 빅테크에서 시작된 인공지능(AI) 개발붐과 함께 반도체 기업들의 전략적 감산 노력이 어우러져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봄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6개 분기 연속 하향곡선을 그리던 업계 1위 삼성전자의 매출도 바닥을 찍고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시장 점유율도 40%선을 회복해 메모리반도체 업계 2~3위인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격차를 벌렸다.

6일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D램 매출은 174억60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29.6% 성장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79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직전 분기 대비 51.4%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출하량 역시 전 분기 대비 16% 늘었다. 특히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가 크게 늘면서 매출 호조를 이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6%로 지난 2016년 3분기의 48%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승세를 탄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13.7%포인트로 벌렸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D램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20% 증가한 55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31.8%로 전 분기의 34.3%와 비교해 2.5%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 역시 22.8%에서 19.2%로 3.6%포인트 줄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은 물론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떠오르는 컴퓨트익스플레스링크(CXL)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CXL은 여러 개의 D램을 한데 모아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서로 다른 장치를 동시에 보조하는 차세대 메모리 인터페이스 규격을 말한다.

CXL은 향후 성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오는 2028년 글로벌 CXL D램 시장은 150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엔 1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데이터센터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CXL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억 달러 이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CXL의 장점은 뛰어난 확장성이다. 여러 대의 서버가 D램을 공유할 수 있는 덕분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서버를 교체하지 않고도 용량을 대폭 늘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 CXL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2022년 반도체 업계 최고 용량인 512기가바이트(GB) CXL 기반 D램을 구현했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업계 최초로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제품 개발을 마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 서버 운영체제(OS)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레드햇과 CXL D램 상용화 검증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레드햇과 손잡은 이유는 CXL D램이 서버에서 가장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다.

현재 삼성전자는 CXL D램의 확장성을 무기로 파트너 기업 모시기에 한창이다. CXL이 CPU, GPU 등을 통합해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삼성전자 혼자 주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18~21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개최 예정인 세계 최대 AI 컨퍼런스 ‘GTC 2024’를 통해 ‘데이터 중심의 컴퓨팅을 위한 CXL’을 주제로 발표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CXL D램의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인증에 매진하고 있다. 최원하 SK하이닉스 테크니컬 리더는 "DDR5 기반 CXL 2.0 제품인 96GB와 128GB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인증을 마친 후 하반기에 상용화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더 큰 용량으로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 CXL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