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메릴랜드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023년 11월 11일 뉴햄프셔 주 클레어몬트의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 모습. /연합
지난 1월 30일 메릴랜드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023년 11월 11일 뉴햄프셔 주 클레어몬트의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 모습. /연합

지난 5일 미전역 15개주에서 벌어진 이른바 "슈퍼튜즈데이"에비경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경쟁이 조기 점화됐다. 대선을 240여일 앞둔 유례없이 이른 시점에 양당 후보의 확정으로 민주 공화 양당은 서로의 강약점과 보완하며 동시에 공격하면서 115일에 치뤄질 본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6(현지시간) 대선 후보 사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내 유일한 대항마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당내 경선 때 대부분 주에서 20~40%에 이르는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층인 온건·중도 성향당원과 여성, 무당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본선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과제다.

슈퍼튜즈데이다음날인 6일 이날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경선 중단을 공식 발표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 표명 없이 "트럼프는 7월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라며 "축하하고,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고만 밝혔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가 우리 당과 우리 당을 넘어서 지지를 받을지는 이제 그에게 달려 있으며 그러기를 바란다"면서 "최고의 정치는 사람들과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끌어안는 것이다. 이제 트럼프가 사람들을 선택할 때"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6일자 보도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경선 포기로 이미 후보 자리가 확실시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권 가도가 한층 선명해졌다""헤일리의 패배는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의 당 장악력 확대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유권자 중도층에서 외면받고 있는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위대한 미국 재건)극우층을 중심으로 확실한 지지 세력을 거느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를 최종적으로 거머쥐기 위해서는 경합주에서 중도 표심을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가 결국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는 어제 7"우리는 통합을 원한다""우리는 통합할 것이며 이는 매우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트럼프의 공화당 예비 경선시 강점이 본선 경쟁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5"슈퍼튜즈데이"에비경선에서 미국령 사모아를 제외한 15개주를 석권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본선 구도 조기 확정은 예견된 결과인 동시에 긴 안목으로 볼 때 나쁘지 않은 대결구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트럼프의 언론 노출력을 높혀왔던 컨벤션 효과를 조기 차단하고 본선까지 남은 기간 트럼프 언론 과다 노출의 역효과를 노려볼만하다는 점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7일 실시된 국정 연설에서 집권 2기 비전을 공개했다. 남은 유세 기간에 이 비전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본선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스라엘 전쟁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아랍계를 비롯한 유색인종 및 진보, 젊은층 등 이탈을 막아 내부 지지층을 결속하고 자신의 고질적 약점인 고령(83)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11월 미국 대선에서의 리턴매치를 사실상 확정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책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대한국 방위공약 등에 대한 명확성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전통적 동맹외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을 통한 미국 국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으로 워싱턴의 안보관련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경제 면에서 미국내 투자 유치 촉진을 양 진영 모두 기본으로 하되, 바이든 캠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입각한 인센티브 기반 한국 기업 유치전략을 고수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대()한반도 정책 관련 공약은 트럼프 집권 1(2017.1~2021.1)를 관통한 그의 정책과 캠프에서 나오는 메시지로 미뤄 양자의 접근법은 크게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캠프는 보편적 관세 도입 대상에 한국을 포함하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작IRA를 폐지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의 대미 진출을 촉진했던 보조금 혜택을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일각에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한미일 공조 강화 통한 대북 및 대중 억지력 강화 고수하는 한편, 북한이 협상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으며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대남 도발적 언사의 수위를 높이는 현 상황에서 대북 억지력 강화에 계속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협상의 문은 열어두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는 바이든 행정부 기조에 북한이 급격히 호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 대북정책의 변화 여지를 좁히는 측면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계기로 회동한 한·미·일 정상. /연합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계기로 회동한 한·미·일 정상. /연합

결국 바이든 재선 캠프의 대북정책은 가상 화폐 해킹 등을 통한 북한의 불법자금 획득을 차단하는 한편 대북 제재망을 유지하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중심으로 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작년 순탄하게 정착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활성화,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정상화,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 등이 바이든 캠프 대한반도 정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캠프의 대한반도 정책이 가치에 기반한 동맹외교 중심이라면 트럼프 캠프의 대한반도 정책은 거래 관계의 성격을 한결 강하게 띨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10일 유세에서 국내총생산(GDP) 2% 규모의 방위비 지출공약을 지키지 않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대해서는 러시아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같은 책임 공유논리는 한미동맹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만족할 만한 책임 공유를 하지 않는 나라에 리스크를 부담해가며 미국 젊은이를 주둔시키고 막대한 세금을 쓰지는 않겠다는 입장이 대한반도 정책에 투영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기인 20172020년 한국이 분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인 방위비 분담금을 약 5배 늘릴 것을 요구하면서 내부 회의 때 주한미군 철수를 자주 거론했던 것으로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전직 고위 관리들의 회고록이 증언한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와 연계된 방위비 인상 요구가 트럼프 캠프의 공약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 견제의 함의까지 갖게 된 주한미군의 철수·감축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핵무기를 제외한 재래식 군사력과 관련한 한국 방어 책임은 상당 부분 한국이 맡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활동한 전직 관료와 보수 학자들은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서 공화당이 2024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한국이 지금보다 큰 부담을 지고 북한 방어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난해인 20238월에 제언했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3차례 만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이루지 못한 북미간 빅딜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북한이 11월 미 대선 전후로 핵·미사일 관련 도발의 수위를 높임으로써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그로 인해 또 한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자신에게 정치적 트로피를 안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관측들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경우 북핵의 전면 파기인 CVID (비핵화의 요건인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가 아닌 사실상 기존 북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현재 상태에서 핵 동결을 의미하는 군축 협상 쪽으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지난 2월부터 미백악관 국가안보실(NSC)와 미국무부의 동아시아 담당 고위관리들의 CVID가 아닌 북핵동결에 대한 논의가 워싱턴의 싱크탱크쪽을 통하여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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