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은 5일 ‘슈퍼 화요일’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나란히 11월 5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 후보로 뽑았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4년만에 다시 붙는다. ‘어게인 2020.’ 대선을 8개월 정도 남겨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2~4% 앞서고 있다. 오차범위 내 결과지만 미 언론은 트럼프 우세를 예상한다.

미국의 인구 비율은 백인 57.8%, 히스패닉 18.7%, 흑인 12.4%, 아시아계 6%(2020년 기준)다. 2010년 백인 비율은 63.7%였다. 10년새 6% 떨어졌다. 미국 백인 중산층에게 불안감이 있다. 미국의 ‘주인’은 엄연히 백인 중산층인데, 일자리·소득·학력·경력 등에서 흑인·히스패닉·아시아계가 이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30년간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전통의 백인·고졸·남성·중산층이 하층민으로 떨어지는 데 분노가 쌓였다. 이 ‘분노’가 트럼프의 인기를 밀어 올린다. 따라서 트럼프의 인기가 온전히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20세기 사회주의 혁명도 계급적 분노가 동인(動因)이었다. 미국 대중의 심리는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다. 이 대중 심리는 20년 이상 누적돼 왔기 때문에 단기간 내 변하기 어렵다. 이 대중 심리를 자극하는 스킬(skill)이 트럼프가 앞선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민주주의가 세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다. 현 국제정세는 갈등이 확산되는 국면이다. 유럽(우크라이나-러시아)·중동에서의 전쟁이 수년 내 동아시아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세계 속에서 미국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할 시점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더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반드시 국제사회의 응징을 받아야 마땅하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땅 일부를 점령한 상태에서 트럼프가 휴전 형태로 발을 빼버린다면 이후 러시아·중국·북한, 중동의 이란은 제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현 국제정세는 더 이상 자유주의 대 공산주의 간 갈등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자유와 독재 간 대립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포기한다면 이후 전개될 국제정세의 변화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는 국회부터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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