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백승아 공동대표를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지난 2020년 총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좌파정당들이 비례대표제를 본연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게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논란 끝에 사퇴하긴 했지만, 전지예·정영이 등 반미종북 인사들이 비례대표 앞순위를 배정받는가 하면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제를 범죄자 도피처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가 지난해 의원직 박탈형을 받은 최강욱 전 의원도 지난 총선에서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적이 있다.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국민후보로 뽑혔던 전지예·정영이 후보는 각각 한미연합훈련 반대 이력과 사드(THAAD) 반대 이력이 문제가 돼 논란이 커지자 자진 사퇴했다. 이들은 ‘종북몰이의 희생양이 됐다’고 스스로를 비호했다. 문제는 이들을 선발한 심사위원부터 친북인사들로 가득차 있어 심사위원이 바뀌지 않는 한 유사한 인물들이 다시 비례 후보 공천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심사위원단은 총 36명이었는데 그중엔 한국진보연대 10명, 전국비상시국회의(겨레하나 주도) 10명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박석운 씨는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반대와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부터 한미일 정상회의 규탄·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박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의료원 초대 상임이사를 지낸 바 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1월 31일 주최했던 토론회에서 ‘북한의 전쟁은 정의(正義)의 전쟁관’ ‘북이 전쟁으로라도 통일을 결심한 이상 우리도 그 방향에 맞춰야’ 같은 극단적 발언이 나왔을 때, 겨레하나는 토론회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자들이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시민사회 몫으로 추천하는 비례대표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는 얘기다.

조국혁신당은 당 대표인 조국 대표부터 이미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인물이다. 조 대표는 이 당에서 비례대표 2번 신청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10명가량의 후보자를 당선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대표 제도가 범죄자 도피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에 합류한 황운하 의원도 비례대표 후보 공모에 응했는데, 황 의원은 지난해 11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1심 재판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황 의원은 지난 8일엔 ‘민주당에서 총선 출마가 불투명해지니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비례대표 재선의 길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비례대표를 전제해 입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말을 뒤집은 것이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은 비례대표 연임이 유력해 논란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5번으로 당선된 용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개혁신당은 "용 의원은 4년 전에 이어 또다시 민주당에 기생해 의석을 약탈하게 됐다. 가히 여의도의 ‘기생충’이라 불러도 손색없다"고 쏘아붙였다. 새로운미래도 "비례대표 2대 세습이 웬말이냐"라며 "배지 한 번 더 달아보겠다는 정치인의 세금 도둑질, 유권자 기만"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관계자는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직능 전문가 또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비례대표제의 취지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좌파정당들처럼 제도를 악용한다는 게 문제"라며 "차기 국회에서 비례대표 연임 금지 또는 기소된 자는 비례대표 출마 제한 등 법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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