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후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 일원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후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 일원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

경기 안산갑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은 양문석 후보의 막말이 연일 터져나오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출마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양 후보 공천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면서 여론이 악화하는데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후보는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라고 비하하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기억상실증 환자’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선 ‘바퀴벌레·쓰레기’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 후보는 최근 안산에 대해 "참 동네가 지저분하고 장난질 잘하는 동네인 것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양 후보는 친문계 핵심 전해철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안산갑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는데, 국회의원 후보자가 자신이 출마한 지역을 비하하고 다닌다는 얘기다.

현재 국민의힘의 경우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출국 논란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말실수 논란에 대해 특히 수도권 출마자들이 공개적으로 대응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 같은 논란이 득표에 도움이 될리 없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출마자들은 다수가 이재명 대표의 후광으로 공천을 받은 터라 이 대표의 방침에 반기를 들 수가 없고, 이 대표에 반대하는 입장을 함부로 내놨다간 개딸의 도발에 시달릴 게 뻔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미 민주당 안산갑 도의원과 시의원들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양 후보의 지역 비하 발언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후보를 민주당 안산갑 국회의원 후보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민주당 지도부는 양 후보에 대한 공천 결정 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막말을 일삼는 양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없을시 시·도 의원직 사퇴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양 후보 공천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18일 서울 마포 경의선 숲길 현장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양문석 후보에 대해서 김부겸 위원장과 정세균 전 총리가 공천 철회를 요구했는데 입장 변화 없으시나"라고 묻자 이 대표는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양문석 후보의 발언 지나쳤다. 그리고 사과해야 한다. 과거에도 사과했던 걸로 안다. 또 사과하고 있다"며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우리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공천 철회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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