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국
양일국

얼마전 배우 류준열의 전 연인과 현재 연인이 SNS 상에서 ‘재밌는’ 설전을 주고받다가, 돌연 대국민 사과 비슷한 글을 올리고 물러섰다. 전 여자친구와 관계가 정리되기 전에 새 애인을 만난 것이 아니냐는 세칭 ‘환승 연애’ 의혹이 쟁점이었다. 팬들과 네티즌들이 온라인 상에서 대규모 공방을 벌이자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소속사에서 부랴부랴 중재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3월 초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는 그저 연애를 한다는 ‘불경죄’로 팬들의 원성을 샀고 결국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한 극성 팬은 "앨범 판매량이 줄고 객석이 텅빌 것"이라는 반 협박문구를 적은 트럭을 소속사 앞으로 보냈다고 한다.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이 사실은 해외까지 알려져, 영국 BBC는 한국 팬들이 연예인의 연애를 불명예로 여기며 압박한다고 꼬집었다.

해외 연예계에서 환승 연애 정도는 ‘순한 맛’에 해당한다. 에릭 클랩튼의 명곡 ‘레일라’(1971)는 절친한 동료였던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의 부인 패티 보이드를 유혹한 노래다. 아름다운 음악에 매료된 패티는 막장 드라마처럼 이혼 후 에릭과 재혼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2008년 이후 공식적으로 11명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 가운데 2015년에 만난 켈빈 해리스는 3개월 넘게 그녀와 사귄 최초의 남친이었다.

해외 팬들은 연예인들 사생활에는 관대한 반면 본업에서 함량 미달일 경우 가차없이 회초리를 든다. 2010년 휘트니 휴스턴은 건강 문제로 호주 공연에서 제대로 노래하지 못했는데, 팬들이 집단 퇴장하며 티켓 환불까지 요구했다. 우리 기준으로 야박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도 공과 사, 본질과 지엽적인 것을 구분하는 팬 문화를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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