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효식
엄효식

국내 증권시장에서 방산기업들이 연일 초특급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이 방산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는데, 주가는 20만 원에 가깝다. 3년 전 4~5만 원을 오락가락하던 때를 도저히 기억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방산 주식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그만큼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방위사업청은 2024년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올해 방위산업 수출 목표로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제시했다. 보고서에서의 수출액은 매출이 아니라 수출 수주액을 의미한다. 방산 수출액은 지난 10여 년간 20억~30억 달러를 기록하다가 2021년 73억 달러, 2022년 역대 최고 수준인 173억 달러, 지난해 140억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세계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검증되고 품질 높은 다양한 무기체계를 개발·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해 EU(유럽연합)국가들이 무기 도입, 즉 방위비를 GDP의 2%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유리한 환경이다. 이미 K9 자주포를 시작으로 레드백 장갑차, 탄도탄 요격미사일 천궁, 다련장로켓 천무 등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제품들이 유럽국가들의 무기 구입 후보 리스트에 올라있다. 특히 우리와 밀접한 폴란드는 올해 GDP의 4%를 국방비로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트럼프가 유럽국가들에 "스스로 군사력을 건설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이 대신 지켜줄 수 없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유럽국가들이 국방비를 증가하고 있으며 더불어 우리의 방산 수출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

물론 수출을 위협하는 환경들도 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이 NATO 회원국간 무기체계 수출과 수입을 우선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또 155밀리 포탄을 비롯한 필수적 무기체계의 생산시설을 유럽지역 국가에 빠른 속도로 설립하고 있다. 상당수 유럽국가들은 NATO 회원국인 미국의 무기체계를 선호하고 있으며, 폴란드는 수출 관련 파격적인 금융조건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수출 그래프는 계속 상승곡선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우리는 2027년 글로벌 4대 방산 강국 진입, 올해 방산 수출 목표 200억 달러를 자랑하면서 꽃길만 걸어갈 것으로 낙관한다. 그런데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최근 국제 무기무역에 대한 연구보고서(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19~2023)를 발표했는데, 이전 5년(2014~2018)과 비교해 흥미로운 결과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대한민국 방위산업 수출액은 상당히 증가해 점유율 2%로 상승했으나, 글로벌 시장 규모가 더욱 확장됐기때문에 점유율 순위는 이전 9위보다 낮은 10위였다. 수출액과 점유율, 점유율 순위가 비례적으로 연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팩트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무기 수출 5대 강국은 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이다. 이 가운데 5위 독일의 점유율이 5.6%이다. 독일을 추월해야만 4위로 올라서는데, 점유율 2%인 우리와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미국은 점유율 42%로 압도적인 1위다.

셋째, 폴란드의 수출 점유율은 14위(0.7%)로 직전 5년보다 무려 1138% 상승했고, 대부분(96%) 우크라이나로 수출했다. 반면 수입 점유율은 글로벌 19위인데, 미국(45%) 한국(34%) 영국(4.4%)으로부터 주로 수입했다. 폴란드가 우리의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지속성 유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미국으로 무기체계를 수출하고 있는 국가는 영국·이스라엘·네덜란드·스웨덴·호주·노르웨이 등이다. 미국 시장 진출이 결국 글로벌 방산강국 인증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도 우리 정부와 방산기업이 함께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상상력과 기술력의 승부가 핵심인데, 탁월한 인력 확보가 전제조건이다.

다섯째, 대한민국은 점유율 3.1% 글로벌 9위 수입국인데, 주로 미국(72%)·독일(15%)·프랑스(9.3%)에서 수입한다. 유럽국가들로 수출을 하려면 상대적으로 유럽국가로부터 수입 물량도 늘려야 한다. 유럽국가들 역시 무기 수입은 이전보다 94% 증가했는데, 그중 55%는 미국산이었다.

SIPRI 보고서가 보여주듯, 글로벌 점유율 순위는 상대적으로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위의 오르내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교우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방산 수출수주를 늘리는 한편 비교 불가의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부품 공급 및 정비 부문’(After Market)으로 수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끝모를 낙관도 아니고 근거없는 비관도 아니다. 순풍 같은 뉴스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자세를 더 낮추고 도전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10년 후 전장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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