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효식
엄효식

1978년 창설된 한미 연합사령부(ROK/US Combined Forces Command)가 뉴스의 중심이 되는 특정 시기가 있다. 매년 한미연합연습이 진행되는 3월과 8월쯤인데, 한미연합사령부가 연습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기간 동안 특히 UN이 불법으로 규정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 도발을 반복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극단적 말폭탄을 쏟아내곤 한다. 그만큼 한미연합연습에 대해 신경이 날카롭게 서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방어 중심의 연습이라고 아무리 반복해 이야기를 해도 귀를 닫고 있다.

지난 2월말 한미연합사령부와 대한민국 합참은 3월 4일부터 14일까지 11일 간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연습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미연합연습은 최근 변화하는 위협과 안보상황을 반영한 연습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지·해·공·사이버·우주자산 등을 활용한 다영역 작전과 북핵 위협 무력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 분야는 당연히 한반도 안보의 최대 위협이자 북한이 스스로 개발 완료했다고 발표하는 핵무기이다. 이번 연습 때는 북핵 위협 대응작전 개념을 적용해 북한 핵사용을 억제·방지하는 훈련을 실시한다. 핵무기가 사용되기 이전 우리가 군사적 또는 정치외교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 이후의 대응은 매우 제한적이다. 엄청난 피해 발생은 물론 사후대책 수립도 쉽지 않다. 핵무기로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는 핵무기로 되갚아 주는 것이 상식인데, 그럴 경우 더더욱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거나 또는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사용이 되면, 이후 우리의 선택은 여러 가지로 제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무기가 아예 발사대를 떠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직접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한미동맹의 확장억제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미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무기체계들, 즉 전략자산을 비롯한 첨단무기체계들을 당연히 투입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양국 군수뇌부들은 이번 연습을 통해 정밀한 군사적 대응 절차에 대해 공유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6차례 핵실험과 병행하여 무수한 수사적 표현으로 지속돼 왔다. 7차 핵실험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 여부도 알 수 없다. 김정은과 군부가 어떤 전략과 의도를 지니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사실 대략적인 내용들은 알려져 있다.

김정은은 지난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연구 중인 무기, 설계 중인 무기, 시험 중인 무기, 생산 직전인 무기 등 각 무기체계 개발 사업의 종류와 진행 상태를 상세하게 직접 나열한 바 있다. 특히 국방력발전5개년계획의 ‘5대 과업’을 제시했는데,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의 타격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이다. 언급된 과업 중 어느 하나도 만만한 게 없다. 우리에게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안겨줄 수 있는 위협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군이 직시해야 할 최고의 과업은 북한의 예고없는 도발과 위협을 선제적으로 감시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정찰위성을 비롯한 여러 감시장비의 중요성은 상황이 전개될수록 더욱 절박하다. 국방예산 약 60조 원을 사용하는 군대가 더 이상 예산타령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전쟁까지 도달하지 않도록 최고 수준의 위기관리 능력도 배양해야 한다. 국제여론이 대한민국과 한미동맹을 지지할 수있도록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고, AI와 뉴미디어 등을 활용해 지도자들의 영상과 목소리를 짜깁기하는 페이크 뉴스에 대한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김정은과 북한군의 시선으로 철저하게 빙의, 우리의 빈틈과 약점을 선제적으로 보강하고 대응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현상에 대한 과신(過信)이나 언어적 수사(修辭)를 통해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군 지휘관들의 극한적 두뇌싸움, 김정은과 북한군 지휘부를 피곤하고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치밀한 지략, 장병들의 정신무장, 무기체계들의 품질과 가동능력 유지가 그 어느때보다도 요구되는 3월이다.

11일간 주야 구분 없이 연습에 참여하고 있는 한미 장병들의 건투를 기원한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 호주·캐나다·프랑스·영국·그리스·이탈리아·뉴질랜드·필리핀·태국·벨기에·콜롬비아 등 12개 유엔회원국도 이번 연습에 함께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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