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이태현

인간은 연약하고 게으르다. 그래서 인류는 언제나 대신할 것을 만들어 왔다. 인간 대신 이동해줄 바퀴를 발명했고, 기억을 대신하고자 노트와 필기구, 나아가 다양한 기계식 메모리 장치들을 발명했으며 이젠 대신 생각해줄 두뇌까지 만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간이 할 수 있는 학습, 추론, 문제 해결 그리고 의사 결정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의 지능을 대체해주는 시스템이다. 사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AI는 시대와 환경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이미 AI는 50년대부터 서방과 소련에서 연구하고 엄청난 투자를 하던 분야였다. 하지만 당시는 지금처럼 강력한 CPU의 정보처리 능력과 엄청난 양 데이터, 그리고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단(인터넷)이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며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익숙해졌지만, 자연스러운 대화와 같은 ‘인간다움’의 영역에서는 자동 응답기와 유사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비즈니스와 함께 발전했고, 2006년에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현대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제프리 힌튼 교수가 ‘심층신뢰신경망(DBN)’을 발표하며, 불가능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딥러닝이 나오게 된 것이다. 딥러닝은 스스로 계속해서 학습하는 방식으로, 컴퓨터가 절대 인간을 넘을 수 없다던 ‘바둑’에서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가 딥러닝의 결과물이다.

알파고의 화려한 등장 이후,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마케팅 차원에서 모든 것에 AI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AI가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았다. 인간보다 더 정교해지고 실수가 없기 위해서,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를 만들어주는 것 역시 인간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2022년 후반, 생성형 AI는 지각 변동을 일으키며 AI에 대한 인간의 인식 자체를 변화시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챗GPT다. 이것을 출시한 오픈AI는 구글이 개발한 인공신경망, 강화학습 기반 신경망을 활용해 LLM(대형 언어 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개발자들은 그동안 꾸준히 발전된 컴퓨터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데이터의 스케일을 늘리면 놀랍게도 대화도 잘 안 통하던 언어모델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유창한 대화를 하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의 ‘발명’이 아닌, ‘발견’의 영역으로 설명한 이유가 있다. 인공신경망 등을 이용해 인간과 상당히 유사하게 소통하는 챗GPT와 같은 LLM이 ‘이런 식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 단순히 데이터만 늘리는 방식으로 어떻게 인공지능이 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사진·영상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생성 AI가 대중적으로 이용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혁명’과도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제프리 힌튼 교수는 AGI(인공일반지능 : 모든 상황에서 사용가능한 AI)가 먼 미래에나 도래할 것이라던 입장을 완전히 철회했고, 석학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구글을 퇴사했다. 미국 정부 역시 직접 나서서 AI에 대해 잠재적 위험성을 완화 시킬 안전 대책과 윤리 문제 등을 주제로 대책 회의를 하기도 했고, 구글 딥마인드의 CEO는 AGI가 앞으로 몇 년 내 인간 수준의 인식 능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AI의 성과는 기존 AI 전문가들이 ‘불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던 모든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그만큼 급격히 발전하면서도 예측 불가능의 영역이 큰 AI에, 기존 전문가들은 경쟁적인 기술 발전·적용에 앞서 자아와 의식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분분하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우울한 미래를 그리는 SF의 한 장면이 될지, 진정으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인지는 결국 우리 인간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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