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이태현

‘최고보다는 최초, 또는 둘 다.’ 이 말처럼 LG전자에 어울리는 말이 없다. 그리고 필자 또한 LG전자의 도전에 대한 찬사로 보내 주고 싶은 말이다. 국내 최초의 냉장고·TV·세탁기에 최근 롤러블 TV까지, 국내에선 생소한 제품을 출시하는 혁신의 아이콘이 바로 LG였기 때문이다. 많이 소개되지 않아 생소할 수 있는 LG전자의 최신 제품을 통해 우리 기업이 지향해야 할 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몇년 전부터 대한민국은 캠핑 붐이다. 그에 맞춰 텐트·캠핑카·캠핑용품 등 캠핑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가전 업체도 더 큰 휴대용 배터리 등을 내놓았는데, 이때 LG전자가 내놓은 것이 서류 가방을 닮은 휴대용 스마트 TV ‘LG 스탠바이미 고’라는 제품이다. 빔프로젝터, 태블릿 등 경쟁 기기가 이미 있는 상황에, 캠핑족들을 겨냥한 휴대용 TV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다. 화면의 화질 역시 이미 세계 최정상의 디스플레이 기업 LG가 만든 것으로, 터치까지 가능한 디스플레이 자체의 품질은 훌륭했다.

하지만 전원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인 휴대용 모드에서는 전력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강제 절전모드가 실행된다. 결국 화면 밝기는 전원이 연결된 상태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휴대용 TV라는 설정과 전혀 맞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음향설계 역시 큰 단점으로 꼽힌다. 가방의 상단부 전체가 스피커로 되어있는 깔끔한 디자인이지만, 음향이 전달되는 위치에 같은 크기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있어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휴대폰 및 타 기기와의 연동 역시 USB나 블루투스 연결이 보통인데, IR 블래스터라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까지였다. 결국 이 제품은 ‘13kg에 달하는 거대한 노트북’이라는 오명과 함께 ‘모험적 작품’으로 사라졌다.

얼마 전 CES 2024에서 세계 최초의 투명 무선 OLED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가 발표됐다. 발표 장소에는 다른 어느 부스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밤하늘이 투사된 행사장 뒷배경에, 투명한 스크린 위로 달이 뜨는 것을 연출한 모습은 굉장했다. 또다시 ‘최초의 LG’ 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LG전자의 도전은 언제나 환영하며 응원한다. 하지만 선발주자의 지위만을 강조하다가, 아이디어 도둑질과 저가 공세로 우리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는 중국 기업에 힌트만 던져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크다.

테슬라가 혁신적인 전기자동차 시장의 선구자이지만,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는 중국 업체인 비야디(BYD)와 상하이자동차(SAIC)가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은 세상을 바꾼 제품이었고, 삼성 갤럭시가 열심히 그 뒤를 쫓았다. 하지만 세계 판매량은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 너무나 쉽게 갤럭시를 따라잡고 있다. 14억에 달하는 엄청난 인구를 가진 중국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 시장은 너무 작다. 틈새시장의 모험적인 상품보다는, 더 넓은 세계를 공략할 또 다른 ‘초격차 기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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