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사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적용해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인터배터리’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형이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사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적용해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인터배터리’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형이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사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제작해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향후 전기차 보급 속도가 가팔라질수록 완성차 업체 간 배터리 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 역시 이들 기업의 내재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2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전기차에 탑재하는 내재화에 성공한 기업은 사실상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 두 곳뿐이다. 특히 BYD는 이를 바탕으로 업계 최고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지난해 4분기 전기차 52만 6409대를 판매했다. 이는 48만 4507대의 테슬라를 앞지르고 사상 첫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으로 올라선 것이다.

일본 토요타는 세계 3위의 2차전지 기업인 파나소닉과 함께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 ‘프라임어스 EV 에너지(PEVE)’를 인수해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996년 PEVE을 설립한 지 약 28년 만이다. 토요타는 파나소닉이 보유한 PEVE 지분 19.5%를 이달 말까지 전량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PEVE는 그동안 토요타 하이브리드차량(HEV)용 배터리만을 생산해 왔다. 하지만 토요타에 인수된 이후부터는 전기차(EV)는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PHEV)용 배터리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또한 토요타는 전기차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오는 2030년까지 2조 엔(약 17조 6000억 원)을 투입해 미국, 일본 등의 자사 배터리 공장 생산 능력을 연간 28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독일 폭스바겐그룹, 미국 포드 등도 배터리 전문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글로벌 배터리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내재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회사의 중장기 전동화 전략인 ‘현대 모터 웨이’를 발표하면서 향후 10년간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9조 5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그룹 연구개발(R&D)의 중추 역할을 하는 남양연구소에 전기차 배터리 전문 조직을 설치,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상급 배터리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 하이브리드에 SK온과 공동 개발한 배터리를 장착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전기차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중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를 위해 국내 배터리 기업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하반기까지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마련하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서두를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을 말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안전성이 뛰어나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출력은 물론 수명도 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생산하고, 2030년부터 양산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폭스바겐그룹도 지난 2022년 자회사 ‘파워코’ 설립을 시작으로 배터리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워코는 오는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연간 24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셀 공장 6개를 건설할 예정이다. 포드는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최근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개발 센터를 설립했다.

완성차기업들의 잇따른 배터리 내재화 선언 소식에 기존 배터리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고도의 기술력과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한 상태인 만큼 당장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완성차기업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할 경우 고객사 이탈로 이어지는 탓에 급격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투자 설명서를 통해 "완성차기업의 배터리 내재화가 성공하게 되면 2차전지 기업들의 성장·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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