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이호선

사람을 잘못 추천하면 기본으로 매가 80대이고, 추천한 사람이 여러 명일 경우에는 그에 따라 매질도 가중하되 최대 형량은 장(杖) 100대로 한다. 1905년 ‘형법대전’이 공포되기 전까지 조선 건국 이후부터 약 500여 년간 조선 형사법체계의 골격을 이뤘던, ‘대명률’(大明律)에 나오는 공거비기인(貢擧非其人) 죄에 대한 처벌이다.

공거(貢擧)란 말은 과거 시험에 응시할 만한 자를 추천하는 것이다. 지방의 수령이 추천하는 것을 공(貢)이라 하고, 중앙에서 학문을 다루는 기관에서 추천하는 것을 거(擧)라 하여, 이렇게 추천된 자를 공인(貢人) 또는 거인(擧人)이라 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아닌 인간’(非其人)을 추천한 죄이다. 그 죄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를 고른 죄도 있지만, 재능이 충분히 쓰임을 받아야 하는 사람을 추천하지 않은 행위도 포함됐다. 또 추천받은 자가 자신이 추천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처벌받지 않지만, 소위 ‘깜냥’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자기가 추천되는 걸 수수방관했을 경우에도 추천자와 같이 매 80대를 맞아야 했다.

각 정당이 공천을 끝내고 출마자들이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같은 사천(私薦)의 전횡이 난무하는 속에 건전한 정당정치는 실종되고, 선출직은 ‘아닌 인간’(非其人)들의 먹잇감이 되어가고 있다. 피고인으로서 형사재판에서 자기 변호하기 바쁜 제1당 야당 당수 이재명은 텃밭에서 단수 공천을 받았다. 2심에서까지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은 피고인 조국은 당을 만들어 셀프 비례 공천을 하고, 여기에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황운하 역시 당선 유력 순번을 배정받았다. 비단 이들뿐 아니다. 들여다보면 구차하고 비루하기 이를데 없는 군상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이 당, 저 당 후보로 나서고 있다. 이런 선거에서 선량(選良)이 있을 수 있을까. 원재료가 불량한데 조금 더 표를 얻어 금배지 달아봤자 아닌 건 아닌 거다.

옛 법이라고 다 무지하거나 야만적이지 않다. 이제라도 살릴 건 살리는 것이 좋다. 지금 백성의 민도로 봐서 ‘아닌 인간’들이 금배지 다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제는 상식있는 시민들이 나서서 매 좀 쳐야 한다.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제정,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제를 마련해 임기 중에도 탄핵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또한 이미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사실상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자들이 뻔뻔하게 자천·타천으로 출마해 당선될 경우, 유죄가 확정되면 그간 받은 세비의 몇 배를 토해내게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당이라면 이런 걸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 이와 별개로 시민들은 총선 이후 정기적으로 광화문이나 여의도에 모여서 공거비기인(貢擧非其人) 죄를 물어 매타작 행사를 벌여 보면 좋겠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