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열
정창열

소설 <삼국지연의>는 다음과 같은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천하대세는 오랫동안 나누어지면 반드시 합하게 되고 오랫동안 합해 있으면 반드시 나뉘게 된다.’(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하지만 내년이면 분단 80년을 맞이하는 한반도에서는 오히려 ‘분열 고착’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북쪽에서는 김정은이 지난해 연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정의했다. 평화 통일의 당위성 자체를 배제한 것이다. 이어 올해 1월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공화국의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김정은 발언은 대한민국을 교전 중인 적대 국가로 간주하는 가운데, 기회가 되면 무력으로 한국을 점령하겠다는 저의와 다를 바 없다.

남쪽에서는-김정은의 자의적인 민족 부정·통일 부정 강변과는 결이 다르지만-청소년들의 부정적인 통일관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주목된다. 이와 관련 3월 17일 통일부의 ‘2023년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이 49.8%를 기록했다. 2014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학생은 2020년 24.2%, 2021년 25%, 2022년 31.7%에 이어 2023년 38.9%로 가파르게 올라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일에) 관심없다’는 비율도 2020년 20.2%에서 2021년 22.4%, 2022년 27%, 2023년 28.3%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 도발 때문에 학생들의 통일·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남북한 정치 제도 차이로 청소년들 간 접촉이 장기간 단절됨에 따라, 상대에 대한 몰이해와 이질감이 증가한 데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통일에 대한 청소년들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링컨 대통령이 ‘왜 위대한가?’를 제대로 음미하고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링컨의 위대성이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민주주의를 신봉한 데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미국인들 생각은 다소 다르다.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는 그의 대리석 좌상이 있고, 머리 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In this temple / As in the hearts of the people for whom he saved the Union / The memory of Abraham Lincoln is enshrined forever. 굳이 번역한다면 다음과 같다. ‘미국인들이 합중국을 구원한 링컨을 가슴에 새겨 두고 있듯이, 에이브러햄 링컨에 대한 기억이 이 기념관에 영원히 진좌(鎭坐)되어 있다.’

이 표현에 의하면, 미국인들이 링컨을 존경하는 진정한 이유는 정치적 견해 차로 나라가 갈라질 위기에 처한 미국을-어쩔 수 없이 내전이라는 방법을 선택했지만-통일국가로 유지시킴으로써 지금의 초강대국 지위를 누릴 수 있게 한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21년 뒤인 2045년에는 분단 100년이 된다. 이 기간 동안 핵을 앞세운 김정은의 협박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통일의 길에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링컨의 지혜와 결단력을 갖출 수 있는 올바른 통일관 형성 교육이 시급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청소년들이 분단 상태를 종식하고 대한민국 국력을 한 단계 올리는 주역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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