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인구 소멸’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대한민국 출산율은 0.8명이다. OECD 회원국 출산율 평균은 1.6명이고, 두 번째로 출산율이 낮은 나라가 1.2명 스페인이다. 한국은 2등과도 상당한 격차가 있는 ‘완전한 꼴찌’인 셈이다. 지난해 OECD에서 30년간 가족 정책을 연구해 온 윌렘 아데마 수석연구원이 한국의 저출산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양한 원인을 꼽았지만, 보통 이 보고서를 포함한 수많은 연구가 그저 단순하게 ‘한국의 장시간 노동 문화’를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일을 많이 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대부분의 OECD 국가 근로자보다 유급 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남성의 경우 주당 47.8시간, 여성의 경우 주당 45.2시간으로 한국은 OECD에서 가장 긴 평균 주당 근로 시간을 보여준다. OECD 평균은 남성 43.1시간, 여성 40.3시간이다. 연간 근무 시간으로 보면 2000시간이 넘는 멕시코에 이어, 한국이 2위를 기록한다. 이에 스윗한 86세대와 좌파들은 근로 시간을 단축하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래서 노동생산성은?’이다. 2022년 기준 OECD 1위 노동생산성은 아일랜드로 1시간에 155.5달러의 가치를 창출한다. 반면 대한민국은 49.4달러로, 아일랜드의 1/3에 불과하다. 미국이 87.6달러, G7 평균이 80달러 수준이다. OECD 평균인 64.7달러, 일본의 53.2달러에도 크게 뒤처진다. 같은 시간 일을 해도 생산성이 미국과 G7의 절반, OECD 평균의 2/3 수준인데 무턱대고 근로 시간만 더 줄일 수 있을까.

다시 출산율 주제로 돌아와 보자. 우리나라 출산율은 1960년 여성 1인당 평균 6명에서 1970년 4.5명으로 줄었다. 1980년대부터 2명대를 기록한 후 지속해서 1명대를 보이다가, 2018년 결국 1명대가 무너지고 ‘붕괴’ 수준에 이른다. 법정 근로시간이 아닌 실제 근로 시간은, 누가 생각해도 6~70년대가 월등히 높았을 것이다. 정말 사람들이 일을 많이 해서 출산율이 줄어든 것일까?

높은 사교육비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한국 학부모가 부담하는 GDP 대비 고등교육비는 OECD 회원국 중 칠레와 영국, 호주에 이어 4위를 기록한다. 그런데 칠레·영국·호주 모두 출산율은 1.5명 대로 한국보다 높다. 부동산 가격이 극악을 달리는 홍콩·싱가포르도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은 높다. 그렇다면 도대체 문제가 무엇일까.

한정된 지면상 내용을 모두 풀 수는 없을 듯하다. 필자의 생각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10년 넘게 이어진 정책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 타임도 조금은 남아있다. 그동안 정책에서 소외됐던 ‘남성’과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를 키워드로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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