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권태오

세상만사에 모두 원칙이 있고 이를 지켜야 올바르다고 한다. 전쟁에도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전쟁 원칙은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를 일궈낼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공통분모격인 요소를 말한다. 즉 승리의 비결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이 찾아낸 전쟁 원칙은 열 가지 정도가 된다. 첫 번째는 ‘목표’의 원칙이다.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전술적으로 이겨 놓고도 전략적으로는 지게 된다. 전투에 임하는 장병들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간명’의 원칙이다. 전장에서의 명령은 간단명료해야 한다. 복잡해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지시는 부대를 혼란스럽게 하여 결국 무책임한 무장집단을 만드는 우를 범하게 된다.

세 번째는 ‘지휘권 통일’ 원칙이다. 전쟁은 유능하고 책임있는 단일 지휘관에 의해 지휘돼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전쟁 중에 푸틴에게 반역한 프리고진 같은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네 번째는 ‘공세’의 원칙이다. 전쟁을 지휘관 의지대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적을 압박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선제의 활용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공세 유지인 것이다.

다섯 번째는 ‘기동’이다. 목적 달성을 위한 결정적인 시간과 장소에 전투력을 집중해 전력 우세를 달성하는 방법은 바로 신속한 기동에 달려 있다.

여섯 번째는 ‘집중’이다. 대부분의 전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혼란이 거듭되고 전장 별로 피아의 전투력도 대등해져 지루한 진지전으로 변화된다. 이런 팽팽한 전선을 돌파하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하다. 이는 수적 우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전술, 사기 등 비 물리적 요소에서까지 우위를 차지해야 함을 뜻한다.

일곱 번째는 ‘절약’이다. 한 곳에서의 집중을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의 절약이필수적이다. 절약을 위해 전투력을 전환해도 위험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장애물지대를 강화하고 적을 기만하는 등 지휘관의 기발한 계책이다. 집중과 절약은 항상 함께 행해지는 원칙이기도 하다.

여덟 번째는 ‘기습’의 원칙이다. 기습이란 적이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적에게 타격을 주는 것을 말한다. 적이 알았다 하더라도 미처 대처할 수 있는 방도가 없도록 했을 경우 적에게 더욱 큰 심리적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 인천상륙작전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전략적으로 성공한 기습이다.

아홉 번째는 ‘경계’이다. 흔히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한다. 경계는 적의 기습을 허용치 않는 요소로, 모든 전장 지휘관이 상시 준수해야 할 원칙이다.

마지막 열 번째 원칙은 ‘정보’이다.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가운데 전쟁에 임하는 것은 오감(五感)이 마비된 상태에서 가시덤불 속을 헤매는 것과 같다. 인간·영상·통신·기술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 적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군의 기본적인 임무이다.

승리를 위한 이 열 가지 비결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지휘권 통일’이다. <손자병법> 제3편 모공(작전)에 따르면 장수는 나라의 보배인데 군주가 전장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진격과 퇴각(진퇴)을 명하며 간섭하게 되면 군이 속박당하게 된다고 했다. 결국 전쟁에 임한 장병들이 정당한 명령임에도 신뢰하지 못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의심을 품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국가 지도자는 반드시 믿을 수 있는 훌륭한 지휘관을 엄선해야 하고 그 지휘관에게 군 통수에 관한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 지휘권이 온전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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