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
도명학

선거철만 되면 북한에서 선거를 어떻게 했는지 떠올리게 된다. 우선 후보자 뽑는 방식이다. 노동당에서 내세운 유일 후보만 선거구에 등록된다. 무소속 후보는 당연히 없다. 그러니 선거유세 경쟁 자체가 없다. 유권자는 단일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만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투표장에 가면 찬성만 해야 한다. 반대투표함이 놓여 있긴 하지만 형식이다. 거기에 반대표를 넣는다면 역적이다. 노동당이 내세운 후보를 반대하는 것은 그를 공천한 노동당을 반대하는 것이 된다.

비밀투표라지만 투표장 구조는 유권자를 얼마든지 감시할 수 있게 꾸려진다. 남한에서는 투표할 때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도록 천으로 가린 작은 칸에 들어간다. 그 안에서 누구를 찍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북한 투표장은 방 한 칸 크기로 되어 있고 거기에 커다란 찬성투표함과 조그마한 반대투표함이 놓여 있다. 어떤 경우엔 반대 투표함 자체가 없다.

투표장에 들어가 공민증(주민등록증)을 보이고 이름을 등록하는 것은 남한과 같다. 등록이 끝나면 투표장에 줄지어 들어가는 데, 뒷사람이 너무 바투 따라 들어오기 때문에 앞사람이 투표하는 모습이 보인다. 만약 반대표를 넣고 싶다면 작은 통에다 허리를 깊이 숙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뒷사람이 보기 마련이다. 심지어 어떤 투표장엔 ‘도우미’ 한 명이 투표함 곁에 노골적으로 지키고 서 있다. 핑계는 처음 투표해 보는 사람이나 노인들이 투표함에 공민증을 넣는 실수를 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환경에서 찬반투표란 아무 의미 없다. 싫든 좋든 누구나 찬성투표만 한다.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도 없다.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붙여 놓은 후보자 사진과 프로필을 보는 것이 전부다. 다만 노동당에서 강제로 조직하는 ‘유권자 회의’라는 것을 한두 번 한다. 유권자 회의에서는 선거에 100% 참가해 100% 찬성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보자가 영웅이든 바보든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니 금방 투표하고도 후보가 누구였는지 기억 못한다. 애초 후보자 사진과 프로필도 보지 않고 들어가 투표하는 사람이 많다.

선거철에 남한은 후보자 얼굴과 이름·기호, 이력과 공약이 담긴 현수막을 게시하는 데 비해, 북한은 선거가 체제 강화를 위한 정치행사임을 강조하는 포스터들이 나붙는다.

남한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은 선거선전에 동원된 학생들의 ‘가창대’ 활동이다. 북한당국은 선거철만 되면 어린 학생들이 대열을 지어 거리를 돌며 선거 노래를 부르는 가창대 활동을 조직한다. 그런 과정에 선거란 무조건 참가해야 하고 무조건 후보자를 찬성해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반동분자로 몰리지 않고 살아남는 일임을 일찍부터 터득하게 된다.

남한은 선거일을 명절이라고 하지 않는데 북한은 선거일이 큰 명절이다. 유권자들에게 선거 날은 술 마시고 노는 날일 뿐 선거 따윈 아무 흥미도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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