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식
주동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논쟁은 우리 사회에서 두고두고 이슈가 될 두 가지 쟁점을 건드리고 있다.

첫째는 전장연의 투쟁 방식이다. 인파가 몰리는 출근 시간의 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밀어넣어 지하철이 출발도 못하게 막는 것이 과연 용납될 수 있을까. 출근 시간대에 30분씩 지하철 운행을 고의로 가로막는 이 시위로 전장연은 자신들의 주장을 널리 알리게 됐다. 하지만 평소 장애인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던 상당수 시민들이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불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좌파뿐 아니라 상당수 우파 지식인들, 특히 공감능력과 인권감수성이 있다고 자부하는 분들이 전장연의 불법시위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불법적인 수단이라도 동원해서 역사적 진보를 앞당긴 사례가 많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그들의 불법이 결과적으로 사회의 진보와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을 누가 보장하나? 순전히 전장연 측의 주장일뿐이다. 설사 전장연의 의도는 순수하다 해도 역사적으로 선한 의도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사례는 너무나 많다. 인간은 미래를 보는 능력이 없다.

불법을 통해 사회적 진보를 앞당겨온 분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현행법에 의해 처벌받는 것을 감수했다. 그게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정의를 실현한다는 분들의 주장에 최소한의 진정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을 위반한 행동이 진보와 정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처벌이 면제되면, 파렴치범들도 같은 명분을 내걸고 법치를 파괴하게 된다. 그 피해는 그 법률 위반의 명분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신 뒤집어쓰게 된다.

또 하나의 논쟁점은 탈시설 문제이다. 전장연은 올해 22억 원인 장애인 탈시설 예산을 내년에는 807억 원으로 올리고, 1조7천억 원인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도 2조 9천억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활동 지원은 사실상 탈시설 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이다. 탈시설 예산이 1조3천억 원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하지만, 전장연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이 반론은 주로 전장연을 제외한 다른 장애인 단체들이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중증 지체장애인들은 꾸준한 재활 치료와 올데이 케어가 필수라 복지시설 밖에서는 자립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탈시설은 이들을 복지 사각지대로 내모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장연은 이런 분들을 ‘탈시설’ 명목으로 복지시설에서 내보내고 빌라 등에 가둔 뒤 그들에게 나오는 자립지원금을 빼돌린다는 폭로도 나왔다. 혼자서는 용변 처리조차 못하는 장애인의 도우미라는 명목으로 조선족을 고용하는데, 도우미 1명 당 장애인 8명 정도로 사실상의 방치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감시의 눈이 없는 환경에서 도우미에 의한 성폭행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반기업 반자본 정서와 연결돼 있다. 자본이 아닌 사람의 노동만으로 이뤄지는 서비스가 더 인권친화적이라는 선입견이 장애인들의 탈시설 명분이 되고 있다. 좌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라는 명제가 이런 세계관의 반영이다.

사회의 진보는 좀더 많은 자본의 투입을 요구한다. 자본의 투입은 당연히 시설과 조직, 예산, 인력의 집중으로 이어진다. 그래야 장애인의 복지도 개선된다. 소비자들이 중소기업 제품보다 대기업 제품을 더 신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론은 분명하다. 탈시설이 아니라 장애인 시설의 집중화와 첨단화가 해답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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