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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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한미정책협의단이 일주일간 워싱턴DC를 방문했다. 확실히 한미우호시대의 희망을 고양시킨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들 사이에 있었던 긴장을 생각하면, 간만에 이런 친밀감은 안도감으로 다가온다. 바이든과 트럼프, 견해와 스타일이 전혀 다른 대통령들이지만, 북한을 다루기 위해 문 대통령을 상대해야 했다는 점에서 같은 처지였다. 역사적인 한미동맹에 담긴 양국 관계를 위태롭게 할 문 대통령의 의도를 깨달았다는 점도 일치한다.

트럼프가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을 포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세 번 만났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기도 했지만, 문 대통령과 뭔가 해볼 생각은 전혀 없었던 듯하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문 대통령을 호의적으로 대했을 뿐 정작 집중한 것은 주로 우크라이나 문제였다.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지지하지 않은 것도 트럼프 바이든 두 대통령의 공통점이다. 결국 한미동맹 파괴를 이끌 거래, 이에 미국이 동의하는 법안을 위해 한국·미국에서 갖은 북한 친화적 움직임이 있었으나, 이를 무시한 것 또한 그렇다.

조태용 전 외교통상부 차관을 비롯해 박진 의원 등 대표단 6명은 워싱턴 DC의 고위 인사들이 모여들게 만들었다. 기존의 한미관계 추세를 역전시키고 미 외교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그들은 윤석열 당선인의 한미관계 ‘재건’의지, 문 정부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국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아이디어와 제안도 내놨다. 극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 평양으로부터 또 막말 폭풍이 쏟아질지 모른다.

이번 대표단의 방미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박진은 윤 당선인이 ‘전략적 자산’의 한국 배치를 늘리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더 많은 미군 전투기가 한국을 출입하며 비무장지대 이남의 하늘을 순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미 항공모함 및 기타 선박을 지난 5년 동안보다 더 자주 한반도 주변 해역을 순찰하게 만들 것, 더 많은 미국 군함이 한국의 항구를 드나드는 게 중요하다. 둘째, 한·미가 ‘전략자산’ 배치와 밀접하게 관련돼 컴퓨터로 전쟁게임을 하기보다 지상·해상·공중 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해야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시뮬레이션이나 미군 단독의 제한된 훈련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미군 한국군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자신감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게 미 지휘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유사시 실제 상황에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OPCON)을 맡으려면 이런 훈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정은이 자기 할아버지처럼 전면적 혹은 국지적 군사 도발을 벌일 만큼 어리석진 않으리라 생각하기 쉬운데, 김정은 김여정 남매의 선동적인 언사를 보면 좀 회의적이다. 게다가 그들은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해왔으며 그 어느 때보다 핵 억지력을 위협하고 있다. 1950년 6월의 남침이 완전히 뜻밖의 일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준비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공격이다. 한미합동훈련을 전면 재개하면 남북한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지만, 북한의 으름장에 겁먹어선 안 된다.

박진 단장 휘하 이번 대표단의 방문이 협력 강화에 대한 실질적인 확신을 주었으나, 말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한국 미국 양측의 몫이다. 양국이 군사적 관계강화 약속을 위해 정말로 단호하게 행동할 것인지 조만간 알게 될 것이다. 방미 정책협의단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장시간 회담을 가졌다. 윤석열 정부 국방장관 내정자인 이종섭 전 합참차장(예비역 중장)도 있었다. 동맹 강화를 위해, 오스틴 장관과 무엇을 할지 이미 뭔가 계획하고 있으리라 본다. 한미군사훈련과 전작권을 향한 그들의 다음 행보가 최소 향후 5년간 동맹 운용의 기본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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