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2022년 5월 20일 저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번째 아시아 순방, 그중에서도 첫번째 방문국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늘의 세상이 전통적인 외교의 시대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첫 방문국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은 한국의 위상과 중요성을 상징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년 문재인 정부 재임기간 동안 한미동맹은 사실상 파탄 상태였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을 오히려 더욱 우호적인 나라로 생각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 자문 교수 중 하나는 중국군이 우리나라에 진주해서 안보를 지켜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정신나간 언급을 했을 지경이었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미국은 한국의 땅덩어리 그 자체에 대해 야욕이 없는 나라인 반면,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역사적으로 한반도 영토 그 자체에 관심이 대단히 많은 나라라는 사실이다. 중국군의 한국 주둔은 일본군의 한국 주둔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할 일이다. 그 경우 한국은 중국의 식민지가 되는 것이다. 세계의 수많은 나라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나라들이 미국군이 더 많이 더 오래 주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라. 그런데 거꾸로 미국은 가능한 한 주둔하고 있는 나라로부터 철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도 생각해 보라.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대폭 강화하는 길을 택했다. 이 정책은 중국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경우라도 과감히 추진해야만 한다. 중국은 운명적으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치의 가장 중요한 철칙 중 하나가 ‘국경을 공유하는 나라는 결코 진짜 친구가 되기 어렵다’는 것인데 이 철칙은 한중관계에 운명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전쟁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 세상에서 발발했던 전쟁의 90% 이상이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들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찾아냈다. 그래서 국가들은 멀리 떨어진 나라와 동맹을 맺어 가까이 있는 나라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다.

원교근공(遠交近攻) 즉 ‘먼 나라와 외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와 전쟁을 벌인다’는 국제정치의 상식은 한국·중국·미국의 관계를 너무나도 분명하게 말해 준다. 멀리 있는 미국은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한국과 공유하고 있기에 더욱 중요한 동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한미동맹을 한 차원 승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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