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확전일까 종전일까? 최근 연일 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한과 대한민국 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극렬하게 지지성향 차이를 보인 20대 남성 이대남과 20대 여성 이대녀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 말이다.

지난 6·1 지방선거의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의 분석을 보면, 이대남의 65.1%가 국민의힘을, 반면 이대녀의 66.8%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9 대선과 전혀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물론 그들의 정치 성향이 변하기에는 3개월여라는 시간이 너무 짧았겠지만,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2030세대들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골이 더 깊어진 듯한 느낌도 든다.

일각에서는 사병 월급 인상(20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정책과 양성평등이라는 가치를 내세운 국민의힘을 이대남이 실리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반대로 국민의힘 정책방향인 ‘여성가족부 폐지’와 ‘여성할당제 축소’ 때문에 이대녀가 집권여당을 거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는 정치권이 내세운 정책만을 대입해 MZ세대를 표면적으로 판단한 일차원적 분석에 불과하다. 제품 구매시 성능보다는 심리적 만족을 의미하는 ‘가심비’를 가장 중시하는 MZ세대만의 특징을 간과한 것이다. 이 분석에는 그들의 복잡한 내면 심리상태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지난 문 정부 5년간의 부동산 폭등과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파괴 등으로 가장 현실적 타격이 큰 건 지금의 MZ세대이다. 즉 이성적으로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심리적으로나마 위안을 찾기 위해 그들의 지지정당이 서로 엇갈린 것이다. 현 여당의 대표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국민의him’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이대녀들의 집단적인 증오심을 야기했다. 설상가상 야당은 20대 여성을 ‘맞불’리더로 추대하고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을 정치세력화하며 젠더간 대결구도를 더욱 부추겼다.

이러한 심리적 표출로서 이대녀들의 냉정과 이대남들의 열정 사이에는 바로 ‘국민의him’이 있다.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냉정을 상징하는 Blu(파란색)와 열정을 의미하는 Rosso(빨간색)가 현재 상황과 오버랩 된다. 사랑에 대해 여주인공 아오이는 냉정함을, 남주인공 준세이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소설은 서로 교차된 관점에서 쓰여졌다.

각자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냉정과 열정 사이는 서로 교차되고 바뀔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남녀가 밀라노역 플랫폼(기차역)에서 서로 재회하듯, 당분간 선거가 없는 현 휴전상황에서 2년 후 총선이 확전이 될지 종전이 될지, 아니면 아군이 바뀌는 반전이 될지는 국민의힘 플랫폼에 달려있다. 승차권에는 성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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