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라함
아르라함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곤란했던 것이 음식이었다.

지금은 무슬림이 아니지만, 당시는 치킨, 맥주, 돼지고기 등을 전혀 먹을 수 없었다. 식당에 가면 한국 친구들이 고기를 구워 먹는 동안 나는 곁들여 나온 반찬만 먹을 뿐이었다. 이는 친구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나 또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고기 굽는 냄새를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매주 토요일 저녁 이태원에 가서 친구 모리스를 만나고 할랄 음식을 사먹곤 했다. 모리스는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인데, 다정하고 친절했다. 그와 함께 이태원 거리를 걸을 때면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한국사람들은 삼겹살을 정말 좋아한다. 얼굴을 찌푸리는 나에게 모리스는 "헤이 맨, 이 나라가 너를 산 채로 잡아 먹을 거야"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때 모리스는 단지 이태원에 퍼지던 고기 냄새를 말한 게 아니었다. 얼굴을 찌푸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가 한국에 몇년이고 머물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맞다. 나는 한국에서 자유의 맛을 알았다. 규칙을 생각할 필요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처음으로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원하는 것을 먹고 마실 수 있게 됐다. 나의 나라에서는 여기서처럼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 금서(禁書)로 지정된 책은 구할 수도 읽을 수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는 금서로 여겼던 책들을 양심의 가책 없이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은 내게 자유 이상의 것, 혁명이었다.

사고의 자유는 내게 또다른 문을 열어줬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왜 나는 남자로서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는데 여자는 그럴 수 없지? 왜 나는 여자 4명과 결혼할 수 있는데 여자들은 그럴 수 없지? 왜 와인 한잔 못 마시지? 왜 돼지고기를 못 먹지? 누가 이런 규칙을 만든 거지?

생애 처음으로, 나는 내가 원하는 어떤 종교도 공부할 수 있었다. 절과 힌두사원, 한강에 있는 거대한 교회를 방문했다. 왜 안되나? 난 여기서 자유로운데. 한국은 내가 자유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다.

하지만 또 다른 질문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나? 만약 내가 틀렸다면? 아니, 만약 내가 자라온 가르침이 틀렸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바로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5년이 흘렀다.

적어도 나는 매주 토요일 할랄 음식을 가지고 이태원에 가지 않기로 했다. 나는 삼겹살을 먹기 시작했고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을 즐기게 됐다. 특히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을 맥주와 함께 즐기게 된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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