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강량

외교관계에서 대통령의 행동은 국가 그 자체의 결정이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아무리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내치에서 이런저런 야당의 도전이 거셀지라도, 당초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것처럼 해야 했다. 유령의 형상을 한 여론조사라는 국정 지지율 조사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공동체의 가치와 이를 위한 정책방향성만을 바라보며, 뚝심있게 나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자유·시장가치·반지성주의·법치의 중요성을 일갈해 놓고, 점점 더 가치를 벗어난 채 민생을 빙자한 실용주의적 정책들을 탐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상실한 채 실용주의적 결과만을 중시하게 되면, 공동체의 가치는 모두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가정책은 산술화와 평균화라는 과학적 기재 속으로 빠져들고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필요가치들은 외면된다.

이미 윤 정권의 내치에서 이런 현상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윤 정권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기만적인 야당의 선전, 선동술로 인해 열성지지자들조차 정치적 무관심이란 긴 터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이어진 방한에는 펠로시 스스로의 정치적 이해와 중국 변수가 크게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기시다 수상을 비롯해서 방문국 수뇌가 모두 접견했던 반면, 한국만 휴가중인 윤 대통령이 전화통화로 대신한 것은 상당히 미련이 남는다.

얼마전 워싱턴DC 기념공원에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준공식도 있었고, 바이든 대통령이 리드하는 칩4국가들의 연대를 고려했다면, 윤 대통령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종북주사파들이 우글거리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을 만나면서 북한 비핵화와 주한미군의 안보 중요성을 강조한들, 미국과 대한민국 자유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울림이 있었겠는가!

중국 눈치 보느라 외무장관도 대통령도 미국 서열 3위 하원의장을 패싱한 사실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서 동맹과 안보의식의 부재라고 비난하는 기막힌 블랙코미디가 더 이상 재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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