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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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가 획일적으로 평등해지는 사회를 살다보니, 눈에 드러나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차이가 점점 더 볼썽사나워진다. 그만큼 가치보다는 물질이, 돈으로 사들이는 향락이 삶의 가치를 크게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인간은 천부적으로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미국과 프랑스의 인권선언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나? 인간의 능력 차이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금수저적 환경이 대대로 유산된다면, 인간의 평등의식은 위선이 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돈의 역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 속에는 일반인들이 잘 알 수 없는, 상당히 철학적인 요소가 잠겨 있다. 일반인들은 돈 폭탄이 신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인간에게만 내려주는 은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인간의 오장육부가 대동소이하고, 나타난 바 능력면에서 생각하는 영장류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 과연 빈부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빈부의 기원은 원시고대국가의 발현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원시시대, 지형지물을 잘 파악하고 기후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았던 한 인간은, 특별하게 영리했던 덕분에 동료들로부터 추앙받는 무리의 리더가 됐다. 동료들을 고용해서 부리고 돈이 되는 가축을 많이 기를 수 있는 그 시대의 부자가 됐다. 그리고 그 부자들이 씨족장이 되고, 여러 씨족들이 연합해서 부족국가를 형성했다.

근대사회에 와서 돈이 공공재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계몽주의 철학자들 덕이다. 인류역사 속에서 가장 유혹성이 강한 불안한 존재를,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봤던 현명한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시장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그 속에 가두었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자 하는 인간의 극단적인 이기심을, 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고의 이타적인 물건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바로 시장경제란 역동성이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했는데, 그 과정에서 경쟁이라는 맛깔난 향신료는 덤으로 선물받았다. 시장원칙을 떠난 돈은 곧바로 괴물이 된다.

인간의 허영심·자만심, 투기심과 연결된 주식·부동산·코인을 향한 영끌과 빚투, 이와 연결된 정권의 권력을 향한 포퓰리즘이 돈을 종말의 사도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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