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김세원

지난 8월 1일 영국 런던의 고품격 공연장 로열 앨버트 홀에서 비디오게임 ‘파이널 판타지8’과 ‘젤다의 전설’ 주제곡이 울려 퍼졌다. 매년 여름 이곳에서 열리는 ‘BBC프롬스’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프롬스에서 클래식이 아닌 게임 주제곡이 연주된 건 처음이다.

게임 음악은 국내에서도 이미 클래식 공연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6월초 KBS교향악단이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게임 ‘로스트아크’의 OST를 연주한 스마일게이트의 ‘디어 프렌즈’콘서트는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지난 6,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넥슨 클래식 콘서트’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 공연에선 게임 개발사 넥슨의 대표작인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마비노기의 게임 음악이 연주됐다.

배경음악으로만 취급받던 게임음악이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받게 된 건 게임 인구가 늘고 게임 시간이 늘어나면서 게임 주제곡도 그만큼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MMORPG(여러 사람이 동시 접속해 대결하는 게임)의 경우 음향 효과가 중요해 게임사도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게임산업 전문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가 지난해 기준으로 추산한 전 세계 게임 이용자는 약 30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38%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는 33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65%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게임 수출 규모는 94억4천만 달러(12조 원)으로 전체 콘텐츠 수출의 69.5%를 차지했다.

문화예술의 법적 범주에 ‘게임’을 추가하는 개정안이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현대 게임은 서사구조와 영상,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종합예술이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호작용을 가진 새로운 예술 장르로서 게임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제안자의 설명이다. 게임은 사행성과 중독성이 높은 질병 유발 상품이 아니라 21세기 문화예술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새로운 예술 장르이자 수출을 견인하는 효자 상품이라고 인식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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