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필섭
공필섭

위스키를 소주처럼 털어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아무리 개인의 취향이라고 하지만, 장인의 땀과 오랜 시간이 담긴 고가의 결정체를 대하는 자세가 아니다. 위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기본적인 요령들이 있다.

우선 개인 차이가 있지만 3-5잔(1잔 30㎜기준) 정도를 마신다고 염두하자. 후각과 미각은 생각보다 쉽게 둔감해져 어느 순간부터는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1잔을 6-7번 나눠 마신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천천히 음미해야 한다.

종류의 선택은 피트향과 바디감이 약한 것부터 강한 순으로 테이스팅 순서를 정하자. 숙성연수도 짧은 쪽에서 높은 순으로 세팅하자. 처음부터 강한 피트, 꾸덕한 바디, 고연산부터 마시면 다음 잔의 향과 맛을 캐치하기 힘들어진다.

노징글라스에 약 30㎜를 따른 후 빛에 비춰 색깔을 먼저 감상하자. 옅은 노란색부터 짙은 갈색까지 영롱한 색이 시각적으로 즐거워진다. 스피릿과 숙성연수와 사용된 오크통에 따라 다양해지는 색의 그라데이션은 위스키를 기억하고 즐기는데 무척 도움이 된다.

글라스 위에서 첫 향을 맡은 다음 잔 안쪽에 코를 대고 집중하자. 쉐리·포트·피트·나무향·향신료·과일향·꽃향·맥아향 등 다양한 ‘향’들을 캐치하도록 시도하자. 증류소마다 숙성시킨 오크통마다 따라 달라지는 향들을 인식하고 기억하자.

입술과 혀끝을 덮을 정도만 입에 머금어보자. 식도로 조금씩 넘기면서 혀끝에서 알콜의 스파이시가 사라질 때까지 참아보자. 다양한 맛들이 느껴지 시작할 것이다. 향과 동일한 맛인지, 향에서 예상치 못한 다른 맛인지 등을 확인해보자. 마지막으로 코, 혀, 식도에서 어우러지는 마무리 느낌 즉 피니쉬를 체감해보자.

‘맛·향·피니쉬’를 가급적 동료· 연인·가족과 함께 각자의 다른 느낌들을 공유해보자. 급한 성격의 한국인들에겐 인내의 시간일 수 있지만, 경험치가 쌓이다가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코와 혀가 깨이는 순간이 온다. 바로 본격적인 whisky on the ‘락,즐거울樂’의 향연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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