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동식
주동식

교육문제 해결은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국정 최우선 과제의 하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에서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가 입시 위주 교육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한다.

‘입시 지옥’으로 불리는 입시 위주 교육은 입시 경쟁에서 이기는 학습에 치중함으로써 교육 현장의 황폐화를 낳는 요인이다. 정작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방해 요소라는 지적이 많았다. 입시 지옥은 최근 심각한 국가적 위기로 떠오른 인구 문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시 지옥과 노동 문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입시 지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사실은 기업들의 채용 메커니즘을 검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시에 매달리는 것은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좋은 직업을 얻으려는 것이다. 즉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좋은 학교에 진학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좋은 직장은 왜 명문교 출신을 선호할까?

기업들이 학벌을 따지는 것은 신규 노동력을 판단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학벌은 최소한의 지적 능력과 성실성(도덕성),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보증서라고 할 수 있다. 인력 확보에서 실패할 확률을 최소화하는 선택이 학벌 위주의 채용인 것이다. 이것이 입시 지옥과 학벌주의 나아가 연고주의와 정실주의를 낳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기업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좋은 인력을 뽑는 것이다. 학벌 따위는 기업의 원래 관심사가 아니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말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학벌과 상관없이 성실하게 일 잘하고 좋은 성과를 올리는 이가 최고의 인재이다. 이런 인재는 어떻게 판단할까? 간단하다. 채용해서 일을 시켜보면 된다.

기업이 정한 기준에 따라 업무 역량을 판단, 원하는 인재라고 판단하면 채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고용계약을 해지하면 된다. 간단한 프로세스다.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이게 커다란 리스크이자 비용 발생 요소라는 점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며 필사적으로 고용 유연성을 적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 때문이다.

기업이 학벌을 따지지 않으려면 고용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자유롭게 채용하고, 능력이나 적성에 맞지 않는 인력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질서가 기업과 인력시장에 자리 잡으면 기업들이 학벌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급여나 기타 복리후생 등 노동조건도 이런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이렇게 인력을 실제 업무 성과로 평가해서 대우하는 메커니즘이 실종된 상태에서는, 기업들이 학벌에 의존하게 된다. 최근 신규 인력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식산업 중심으로 이런 변화가 가속화하는 추세다. 경력직은 레퍼런스 체크나 평판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력직 선호는 청년들의 취업난이 가중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나라 교육에서 입시 지옥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근본 원인을 노동계가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필사적으로 고용 유연화를 반대하고 ‘해고는 살인’이라며 울부짖는 민노총 등 과격 노동운동 세력은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노동은 가치 창출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진보세력이 노동자 계급을 혁명의 주력으로 대우했던 것도 노동을 통해 조직되고 훈련된 그들의 건강성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동자들을 진보를 가로막는 수구 반동세력으로 오염시킨 민노총은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으로 단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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