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재
김원재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이 알려지자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언론도 인권위의 결정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는지 앞다투어 이 소식을 전했다. 필자도 인기 시사 방송에 패널로 출연해 인권위 결정에 대한 찬반 토론을 나누었다.

이토록 국민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인권위의 결정은 바로 "남성만 야간당직을 서는 것이 차별이 아니다"라는 결정이었다. 한 남성이 회사가 남성 직원에게만 야간당직을 시키고 있다면서 인권위에 이같은 차별을 시정해 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인권위가 이처럼 황당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인권위가 황당한 결정을 내리면서 제시한 근거는 더욱 황당하다. 먼저 인권위는 ‘야간당직은 별로 힘든 일이 아니므로 차별이 아니다’고 했는데, 야간당직이 귀찮고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은 사회통념상 당연한 것이다. 설사 인권위의 주장대로 야간당직이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면 ‘차별’이고 힘들지 않은 일이면 ‘차별이 아니다’는 것인가?

이 논리대로라면 여성 직원에게 커피 타오라고 시키는 것이 육체적으로 별로 힘들지 않으므로 차별이 아니라는 얘기도 성립될 수 있다. 인권위는 여성 직원에게 커피 타오라고 시키는 것이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하지만 과거 인권위는 여성 직원에게 커피 타오라고 시키는 것이 차별이라고 결정 내린 바 있다. 인권위가 결론을 정해놓고 근거를 끼워 맞추다보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자기모순적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인권위가 제시한 다음 근거는 ‘여성이 폭력 등 위험상황에 더 취약하다’, ‘여성이 야간에 갖는 공포감을 간과할 수 없다’라는 주장이다. 이것 역시 황당하기 그지없다. 가부장제 하에서 남성에게 덧씌워진 남성차별적 고정관념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폭력 등 위험상황에 노출돼도 되고, 남성의 공포감은 간과해도 된다는 소린가?

무엇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인권위의 주장은 여성 역시 차별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성은 약자’, ‘여성은 남성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전형적인 여성 차별적 고정관념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권에 대해 가장 진일보된 태도를 보여야 하는 인권위가 남성과 여성 모두를 차별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있다는 것이다.

인권위의 이와같은 ‘반인권적’ 행태는 더 이상 자행돼서는 안 된다. 인권위를 전부 뒤엎는 수준의 감사와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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