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미국 이야기] ⑤ 분열조장 ‘당파언론의 병폐’

수학여행을 갔다가 갑자기 다가온 인디언 노인에게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리는 등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던 닉 샌더맨(왼쪽).
수학여행을 갔다가 갑자기 다가온 인디언 노인에게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리는 등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던 닉 샌더맨(왼쪽).

19세 소년 닉 샌더맨이 거대 언론사들의 무릎을 꿇렸다. 3번의 소송만으로 억만장자가 되었다. CNN, 워싱턴포스트, NBC 세 언론사가 차례로 항복했다. 명예훼손 소송의 손해배상청구액은 각각 5천억~5천5백억원. 21년 12월 NBC는 소년과 합의했으나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코넬 법대 교수는 "보통사람이 공룡언론에 맞서 싸운 아주 드문 경우"라며 합의금은 수십억 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뉴욕타임즈, 가디언(영국), ABC, CBS, NPR, 허핑톤포스트 등에 대한 소송이 남아있다. 모두 소년이 이길 것이 틀림없다. 수백억 원 대의 소년 갑부가 곧 탄생한다. 만화 같은 ‘갑부 이야기’는 미국이 앓는 심각한 ‘좌파이념 병’의 결과이다. 이성을 잃은 좌파언론의 무지막지한 행태가 빚은 참사이다. 우습고도 슬픈 이야기이다.

2019년 1월 켄터키 주의 ‘커빙톤 가톨릭 고교’ 학생 30여명은 워싱턴으로 여행을 갔다. 링컨기념관 부근에서 열리는 ‘생명을 위한 행진’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 행진은 낙태 반대를 위한 행사였다. 이들은 행사 뒤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다른 행사에 왔던 흑인들이 학생들을 둘러싸고 인종 등을 비하하는 갖은 폭언을 퍼부었다. 이어 인디언 노인 한명이 북을 두드리며 학생들과 마주섰다.

이를 담은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 돌기 시작했다. 주류언론들의 집중 보도가 며칠 계속됐다. 이들은 학생들을 백인우월주의에 빠진 인종차별 자로 몰았다. 인디언 노인과 바로 마주 선 당시 17세의 샌더맨은 집중 표적이었다. 아무 말 없는 그의 웃음은 언론을 자극했다. 방송에서 뉴스 진행자들은 "가증스런 웃음을 보라"는 등 입에 차마 담기도 어려운 폭언을 퍼부었다.

좌파매체들이 미국을 발칵 뒤집었다. 샌더먼은 "아무런 나쁜 감정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웃었다"고 했으나 후유증은 컸다. 샌더맨 등과 가족들은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학교에도 협박이 쏟아졌다. 임시 휴교까지 했다. 학교 이사장인 주교는 학생들을 퇴학시키겠다며 사과를 했다.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민주당 의원들과 헐리우드의 좌파 배우들은 "학생들의 뻔뻔스런 증오심과 무례함은 이 정부 아래서 평범한 예의조차 얼마나 무너져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슴 터질 일이다. 바로 트럼프의 미국이다. 눈물이 흐른다. 도대체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고 질타했다.

그러나 대반전이 일어났다. 학생들에게 문제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공개되었다. 커빙턴 교구는 탐정회사를 고용해 조사를 했다. 열흘 뒤 "학생들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교구장은 "사과가 너무 성급했다"며 샌더맨과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서울 구경 온 시골 학생들이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것은 낙태 반대 행사에 참가했으며, 몇 명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붉은 ‘MAGA(Making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낙태를 둘러싼 좌우 대결은 미국의 심각한 갈등 가운데 하나. 좌파는 극도로 트럼프를 증오했다. 좌파들은 낙태 반대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트럼프 모자를 쓴 것을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소년’의 낙인이라고 봤다. 용서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CNN의 뉴스센터. CNN은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영상을 아무 확인도 없이 보도해 거액의 소송 합의금을 10대 소년에게 주었다.
워싱턴 D.C.의 워싱턴포스트 사옥. 워싱턴포스트는 전혀 근거 없는 가짜보도로 10대 소년에게 소송에서 졌다.

좌파언론들에겐 기회였다. 백인 보수소년들이 흑인과 인디언을 조롱한 것은 미국을 휩쓸던 마르크스주의 ‘비판인종차별이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절호의 경우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백인우월주의가 압도하는 미국은 타도 대상일 뿐이다. 좌파언론들은 이런 소년들 때문에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들은 어떤 취재확인도 없이 일방 보도를 했다. 정확성 등 객관보도 원칙은 무시했다. 좌파이념에 매몰되어, 좌파세력의 정치도구가 되어 가짜, 왜곡의 보도행패를 부렸다. 하지만 그들은 소년에게 지고 창피를 당해도 개의치 않는다. 그들에게 체면, 합리를 기대할 수 없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고별 연설에서 언론을 "분열을 일으키는 거짓의 악마세력"이라고 불렀다. 그는 첫 임기 뒤 사임을 고집했다. 대통령에 어떤 흥미도 미련도 없었다. 언론 때문이었다. 당시 언론은 당파의 선전무기였다. 국무장관 토머스 제프슨과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패거리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웠다. 두 부처의 지원으로 생존하며 오직 상대를 공격하는 일밖에 하지 않았다.

당파에 치우침 없이 두 장관의 타협을 주도했던 워싱턴을 신문들은 ‘욕심 가득한 인간’이라는 등 모욕을 서슴없이 해댔다. 미국역사는 이때부터 1백년간을 ‘언론의 암흑시대’라고 부른다. 무조건 특정 정치세력만을 대변, 옹호하는 ‘당파언론’이란 말이 생긴 것도 그때였다. 지금의 미국 주류언론은 2백50년 전 그대로 암흑이다. 좌파들이 절대 지배하는 당파 선전선동 도구일 뿐이다.

한국 보수언론들은 미국 언론의 실체를 너무 모른다. 그런 미국 좌파언론들을 이름값만 보고 그대로 베끼기 일쑤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런 보도를 보면서 미국을 안다고 한다. 좌파의 관점과 시각에서 미국과 세계를 볼 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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