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지난해 9월 개봉 당시부터 중국 내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 <장진호(長津湖)>는 1조 740억 원이라는 수익을 거두며 중국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해당 영화는 중국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1950년 ‘장진호 전투’를 철저히 중국의 시각에서 왜곡한 사실상 ‘대내·외 체제 선전용 작품’이다. 우리에겐 뼈아픈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전쟁’이라 칭하는 중국이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만든 영화인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채택한 ‘역사 결의’에서도 ‘항미원조 전쟁은 위대한 승리의 역사’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 당시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영화가 끝난 후 자리에서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는 관객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유됐다. 눈물을 흘렸다는 감상평들도 줄을 이었다. 한껏 고무된 중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 승리의 역사를 강조하며 애국주의 열풍을 이어가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국가영화국을 통해 극장마다 중국·공산당 선전 영화를 1편 이상 상영하도록 지시했다. <장진호>의 속편인 <장진호의 수문교> 역시 다음 달 개봉된다.

사실 6·25전쟁에 중공군이 개입한 것부터가 명백한 불법이다. 장진호 전투는 ‘중국의 승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중공군이 미군에 비해 몇 배나 많은 궤멸적 피해를 입었다. 속편 역시 중공에 대한 온갖 미화와 찬양만을 늘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中華) 제일주의’를 외치며 배타적 민족주의를 이용하고 있다. 역사왜곡·영토야욕 등 주변국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중국 공산당의 문화 횡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중국은 이러한 왜곡된 애국심을 지적하는 자국 지식인들의 입까지 틀어막는다. 중국 경제 주간지 ‘차이징(財經)’의 부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뤄창핑(羅昌平)이 중국 SNS인 웨이보에 ‘반세기가 지났지만 국민은 이 전쟁이 정의로웠는지에 대해 거의 반성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웨이보 계정을 폐쇄 당했다. ‘영웅열사에 대한 불법적 발언으로 대미항전 의용군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고 민족 감정을 훼손했다’며 <영웅열사보호법 위반>으로 공안에 붙잡혀가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있게 해준 ‘멸공(滅共)’ 한 마디에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는 요즘, 1년 국방예산 250조 원, 상비군과 예비군 합쳐 56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면서 우리 세대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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