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근
박석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소수민족 행렬에 한복차림 여성을 등장시켰고, 관영매체는 그 여성을 중국 소수민족으로 소개했다. 이처럼 중국의 한국 전통문화 왜곡은 거의 매년 반복된다. 마치 두더지잡기 게임의 두더지처럼 때리면 들어가고 다시 나타난다.

‘한푸(Hanfu·漢服)’란 중화전통 복식의 통칭(統稱)으로 사용되는 보통명사인 바, 김치를 ‘파오차이(泡菜·Paocai)’라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채소절임요리 ‘파오차이’는 김치와 달리 끓는 물에 채소를 데쳐서 유산균이 거의 없다.

동북공정을 필두로 문화공정, 전파공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것의 목적은 중국문화의 예속화(隷屬化)다. 중국 공산당은 홍콩의 반 중화 시위, 대만 총통 선거, 기타 국제적 행사 등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사안에 전파매체를 통한 공작을 벌인다. 여론조작, 대중선동·선전은 관영 미디어매체를 비롯, 외교공관, SNS, 심지어 댓글부대까지 동원된다.

문화공정의 중심에 공자학원(孔子學院)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공자학원은 중국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공산당 직속기관이다. 현재 162개국에 1,715개의 공자학원·학당이 설립·운영 중이다. 국내는 2004년 서울 역삼동을 기점으로 전국 23개소에서 공자학원·학당이 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공자학원 교재내용을 훑어보면 누구라도 금세 그 설립목적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중화사상과 마오쩌둥주의(毛澤東主義) 고취다. 거기다 공자사상까지 왜곡하는데, 마오주의를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교재 내용에 의하면 공자는 농민을 업신여겼고 벼슬자리를 추구한 속물이었다. 반면 마오쩌둥은 위대한 지도자로 동양의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공자학원에 공자는 없고 마오쩌둥만 있는 셈이다.

지난해 5월에는 캐나다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공자라는 미명하에(In the Name of Confucius)’가 서울 등 6개 도시에서 순회 상영되었다. 공자학원 출신 교사의 고발을 통해 공자학원 실체를 파헤쳤다. 공산당 선전기구가 명백한 공자학원이 캐나다 토론토교육위원회에 고발되었고, 의회 청문회와 표결을 통해 공자학원의 퇴출과정을 자세히 다뤘다.

이처럼 서방세계는 공자학원이 스파이 기관이며 대중여론조작 기관이라는 사실을 진즉 간파하고 꾸준히 퇴출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2020년 미국정부는 공자학원 전면 퇴출을 선언했고, 스웨덴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작년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자학원 추방하라’는 국민청원 글이 게시된 바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본 게시물의 일부 내용이 국민청원 요건에 위배되어 관리자에 의해 수정됐습니다> 는 안내문과 함께 ‘공자’ 단어를 ‘**’로 블라인드 처리하여 결과적으로 일반입시학원과 공자학원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동안 서방세계 각국이 공자학원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을 때 우리 정부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그 틈을 타 국내 공자학원은 지속적으로 세를 불렸다. 문 정부의 이런 자세는 집권당시 로드맵이었던 신북방정책에 따른 친중·러·북정책, 반일·미정책을 지금까지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작금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문 정권이 그토록 바라는 경제협력을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청와대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그게 아니라면 현실인정을 거부하고 있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금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소수민족 행렬에 한복차림 여성을 등장시킨 것을 보고 현장에 있던 문체부장관이 항의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만약 일본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정부여당과 청와대 반응은 어떠했을까. 모르긴 해도 집중포화를 퍼부었을 것이다. 청와대는 당장 항의성명서를 내고,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을 이럴 때 쓰려고 뽑았다. 이번에도 ‘신하 뒤에 숨는 임금’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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