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15일부터 3·9 대선을 향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의 막이 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에 야권 후보 단일화 방안으로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경선’을 제안했지만 그 후 두 후보는 이렇다 할 논의 없이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했다.

그런데 안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내놓은 시기는 참으로 미묘하다. 정말 본인이 단일화에 대한 각오가 돼 있다면 선관위 후보등록 이전에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안 후보는 후보등록부터 마친 뒤 단일화 제안을 던졌다.

안 후보가 대선을 완주한다 해도 현재 지지율로는 3위 이상의 순위를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현재 지지율이 그대로 득표율로 이어져 10% 미만 득표를 한다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선거비용을 단 한 푼도 보전받을 수 없게 된다.

이미 전국 곳곳에 안 후보의 선거 유세차량이 등장했고, 여러 포털사이트와 방송에도 안 후보의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모두 비용으로 직결되는 것들이다. 아직은 선거운동 기간 초반이지만 선거운동 기간이 지날수록 이 비용이 치솟을 것은 자명하다. 진작 단일화를 이루고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지출할 필요없는 비용들이다.

물론 안 후보의 출마 자체는 안 후보의 자유다. 그리고 그는 ‘단일화는 없다. 대선을 완주할 것’이라고 수 차례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굳이 후보등록 당일 단일화 제안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게다가 선거운동 첫 날부터 선거운동원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며 안 후보는 일체의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선거운동기간 초반부터 암초를 만난 셈이다.

만약 단일화가 무산되고 야권이 분열돼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먼저 단일화 제안을 던졌다고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또 어떤 방식이든 간에 윤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에 이르게 됐다면 단일화에 대한 ‘본인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술책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정말로 정권교체를 시대정신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그 시대정신을 위해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은 버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손해보지 않을 방식으로만 단일화 방법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정신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만약 안 후보가 제안한 대로 윤 후보 측이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경선을 받아들인다면 안 후보는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국민경선에서 윤 후보가 승리한다면 그는 명분을 갖추고 안전하게 대선판에서 빠져나갈 퇴로를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안 후보가 국민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기나긴 대선 레이스에서 중간 순위를 무시한 채 마지막 결승점 몇 미터만을 남겨두고 선두주자의 자리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행운을 안게 된다. 여기에는 현 여권지지자들 상당수가 야권 단일후보로 윤 후보보다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도 섞여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는 불리함이 전혀 없고 유리함만을 갖춘 조건을 상대에게 받아들이라고 하면서도,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상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이 안 후보의 정치 방식이라면 안 후보가 자처하는 대중정치인의 자격에 한참 모자란다.

자신은 명분과 실리 그 어떤 것 하나도 놓치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에게는 손해를 강요하는 것은 모든 협상에서 배제돼아 할 자세다.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안 후보지만 단일화가 무산된다면 안 후보가 얻는 것도 없다. 단일화가 무산되고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안 후보 역시 그 책임론에서 비켜나갈 수 없다. 반면 단일화가 무산됐음에도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면 안 후보에게는 ‘영원한 3등’ 낙인만 남게 될 뿐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