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세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약세로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연합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면서 물가 상승 둔화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금리 인하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언급이 빈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로 인해 너무 일찍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섰다가 물가 안정기 진입 자체가 무산되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 월가에서 대세로 여기던 5월 금리 인하설이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의 여파로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다시 5000선 아래로 떨어지고, 미국 국채금리도 급등하는 등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쇼크인 셈이다.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6월부터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 연준이 목표로 삼고 있는 2%와는 아직도 격차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1월 CPI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상승률인 3.4%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시장의 예상치 2.9%를 웃돌았다. 3%의 벽을 뚫지 못한 것이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는데, 이 역시 시장의 예상치 0.2%를 상회하는 것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7% 하락한 4953.17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9일 5026.61로 사상 처음 5000선을 넘어선 이후 2거래일 만에 다시 4000대로 내려온 것이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5% 내린 3만8272.75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0% 떨어진 1만5655.60에 마감했다.

금리 변동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0.18%포인트 뛰어 연 4.65%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폭은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국채금리도 0.14%포인트 오른 4.31%를 나타냈다. 달러가치는 전일 대비 0.6% 상승했다.

미국의 1월 CPI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조기 금리 인하는 물 건너 갈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물가 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이에 따라 3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5연속 동결한 이후 통화긴축에 따른 인플레이션 추이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 연준이 오는 5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출 확률을 31.5%까지 낮춰 보고 있다. 1월 CPI 상승률 발표 전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64% 수준에 형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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