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2023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겠다’며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을 선언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부분 퍼스트 무버와 대비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라는 2인자 전략으로 성공을 거둬왔다.

애플이 2007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출시하자 얼마 후 삼성전자는 ‘옴니아’라는 스마트폰을 시장에 급하게 내놓았다. 그동안 2G폰의 강자로 군림했던 삼성전자는 휴대폰 역사를 바꾼 아이폰의 여파로 ‘패스트 팔로잉’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실패로 돌아왔다. 하지만 꾸준히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추진한 결과 현재는 출하량 기준 세계 스마트폰 1위까지 이끈 원동력이 됐다. 그런 삼성전자가 이제는 퍼스트 무버로서 여태까지 시장에 없었던 제품군으로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경영학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은 공식처럼 사용되는데, 시장에서 이미 통용되는 제품을 만드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로우 리스크, 즉 낮은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리턴도 적을 수밖에 없다. 삼성이 애플보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높지만, 아이폰에 비해 수익율이 낮고 브랜드 가치와 고객 충성도가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 짐 콜린스의 저서인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패스트 팔로워의 한계점으로 지적한 부분이다. 이재용 회장의 퍼스트 무버 전략은 삼성전자가 지금도 충분히 좋은 기업이지만 더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전략인 것이다. 대만과 중국 기업 등 패스트 팔로워들이 넘쳐나는 현 상황에서 이는 오히려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현재 정치권을 보면 퍼스트 무버가 누구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메가시티 서울’, ‘구도심 철도 지하화’ 등 모든 개혁 어젠다를 선점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당시 민주당이 만드는 각종 이슈에 끌려 다니며 ‘팔로잉’에 급급했던 자유한국당 시절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도 그동안의 이슈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패스트 팔로잉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퍼스트 무버 전략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완전히 새로운 선도적인 정책들을 따라가기 버거운지 팔로잉마저도 포기한 듯하다. 그러니 우상호 의원이 한 유튜브 방송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향해 ‘쓸데없는 소리하고 지랄이야’라며 자포자기하는 것이다.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을 구분하는 주요 요소로서 ‘레벨5 리더십’을 언급한다. 가장 높은 단계인 ‘레벨5 리더’는 겸손함과 전략적 비전을 갖추고, 자신의 성과보다 조직의 성과에 주력하는 특징이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권력쟁취가 아닌 당의 승리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성공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기준에 맞는 사람들’을 배치하는 리더십을 강조하는데, 국민의힘의 공천은 개인이 아닌 진영의 승리를 위한 ‘기준’이 명확한 ‘시스템 공천’이다. 즉 ‘레벨5 리더십’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건국전쟁’로 인해 대한민국 최초의 퍼스트 무버인 이승만 대통령의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영화 관람 후 ‘농지개혁으로 만석꾼의 나라에서 기업가의 나라로 바뀐 것’이라며 그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이 ‘퍼스트 무버(위대한 국가)’로 나아갈지 ‘팔로워(좋은 국가)’로 머물지를 결정하는 ‘제2의 건국전쟁’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