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22대 총선을 50여 일 앞둔 현재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이제 중반에 접어들었다. 민주당은 친명계 중심의 밀실 공천과 친문과 친명이 대립하는 소위 ‘문명 갈등’으로 분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민주당의 4선 중진인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불공정한 공천에 반발하며 ‘1호 탈당 현역의원’이 됐다. 공천과정에서 오로지 이재명 대표를 위한 민주당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앞으로 탈당하는 민주당 현역의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천 시즌만 되면 계파싸움과 사천(私薦) 논란으로 당 지도부와 탈락한 후보들의 충돌과 탈당하는 모습이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이러한 각본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는 민주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단수공천자를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음에도 큰 잡음 없이 무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와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 중진이 당을 위해 공천을 포기한다고 대승적인 수용을 밝힘으로써 중심을 잡았다. 그 배경에는,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영화 ‘건국전쟁’이 있다.

과거 보수진영이 진보진영한테 여론전에서 자주 밀렸던 이유는 바로 ‘감성’적인 측면이 좌우했다. 이성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보수진영과는 달리 진보진영은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에 대중들을 선동하기 용이하다. 이는 우파가 문화전쟁에서 항상 패배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K-컬처가 전 세계에서 흥행하며 문화콘텐츠산업이 미래 핵심사업으로 대두,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을 중시하던 보수진영에 패러다임의 큰 변화가 생겨났다. 문화콘텐츠가 단지 오락적인 수단이 아니라 산업적인 효과도 크다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마침 ‘건국전쟁’ 돌풍이 일어난 것이다.

좌파는 문화를 이용해 왜곡선동을 통한 감성팔이에 능하다. 이에 우파는 ‘건국전쟁’을 통해 팩트를 중심으로 감성몰이를 할 역량을 갖추게 됐다. MBTI에서 관계지향적 특징을 의미하는 ‘F’성향이 기존의 논리(T)만을 중시하는 우파에서 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즉 ‘건국전쟁’을 통해 우파는 하나의 통일된 큰 감성을 만들어냈고, 이는 국민의힘 공천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이성적인 측면은 냉정하지만, 감성적인 측면은 온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서로의 감성이 전체적으로 통하는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반발하는 기류는 피어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우파의 기본적 사고인 개인주의에서 집단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켰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가치로 하는 보수진영은 집단적 이념이 약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좌파들보다 서로 뭉치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국전쟁’은 이념 스펙트럼이 넓은 개개인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이념적 매개체가 됐고 이를 중심으로 서로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영화가 끝날 때 모든 관객이 함께 박수갈채를 쏟아내는 집단적 공감대가 생겨났다. 이는 침묵의 나선효과처럼 보수진영에 번져 나갔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하나로 단합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과거 계파 싸움으로 갈라졌던 보수진영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정신이 현재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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