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업체 ARM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 파운드리 역량을 더욱 끌어올린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파운드리 사업부 관계자들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업체 ARM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 파운드리 역량을 더욱 끌어올린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파운드리 사업부 관계자들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 파운드리 역량을 더욱 끌어올린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 TSMC를 향한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는 상황에서 가속도를 붙이기 위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삼성전자는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IP를 자사 파운드리의 핵심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 최적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칩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여러 팹리스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GAA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기존 핀펫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욱 미세한 크기의 반도체 개발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삼성전자는 TSMC를 뛰어넘을 승부수로 GAA 기술을 낙점,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적용해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GAA 기반 3nm 1세대를 생산 중이며, 2세대 공정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아직 구세대 핀펫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TSMC는 2nm 공정부터 GAA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시스템반도체의 가장 핵심적인 IP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쉽게 말해 반도체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될 기초 레시피를 만들어 매출을 내는 곳이다. 전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90% 이상이 ARM 설계를 이용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AP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이 AP를 만들기 위해서는 ARM의 IP가 필수적인데, 삼성전자를 포함한 애플·퀄컴·엔비디아·미디어텍 등 반도체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팹리스 기업들은 대부분 ARM의 고객사다.

돈독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삼성전자와 ARM은 앞으로 팹리스 기업들이 칩 개발 과정에서 GAA 공정 기반으로 설계된 ARM의 차세대 코어텍스-X 중앙처리장치(CPU) IP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팹리스 고객이 우수한 소비전력, 성능, 면적(PPA)을 갖춘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협력 초기부터 설계와 제조 과정을 연계해 최적화하는 ‘DTCO’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의 성능은 극대화하고, 고객사가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광풍이 부는 가운데 양사의 협업으로 향후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찾는 팹리스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반도체를 주문할 경우 AI 시대에 걸맞은 성능과 효율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팹리스 기업들의 최첨단 GAA 공정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역시 우수한 고객사 확보는 물론 약점으로 지목되던 수율을 개선하고 나아가 2㎚ 반도체 양산 시기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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