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서 손석구의 어린 시절을 맡은 아역 배우가 아주 짧은 분량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손석구와 완전히 똑닮은 외모였다. 시청자들은 해당 아역 배우를 찾아 나섰지만 현존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인물이었다. 연기는 아역 배우가 했지만, 그 얼굴은 손석구의 어린 시절 사진들을 수집해 ‘딥페이크’(Deepfake) 기술로 재탄생 시킨 가상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대역’이라는 새로운 연출 방식을 통해 작품의 리얼리티와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아역과 성인역의 배우 얼굴이 다른데도 서로 같은 사람이라고 우기는 것이 영화적 허용인데, 저는 영화적 허용을 싫어한다’는 이창희 감독 말처럼 딥페이크 기술의 핵심은 ‘리얼리티의 극대화’에 있다. 딥페이크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데, 딥페이크 자체는 가짜지만 주체의 리얼리티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을 때 가치가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즉 딥페이크의 대상은 기술을 적용할 가치가 있는 ‘진짜’여야만 하는 것이다.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 관련 딥페이크 영상이 SNS에 확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작년 말부터 윤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딥페이크로 조작해 만든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 고백 연설’ 영상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퍼졌다. 약 46초 분량의 가짜 영상은 목소리와 입 모양 등 윤 대통령이 실제로 연설하는 것처럼 완전히 조작됐다. 특히 해당 영상에서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공정·법치·상식’을 ‘특권과 반칙’, 그리고 ‘상식에 어긋난 이념’으로 치환했다는 점이 매우 악의적이다.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치밀하게 기획된 정치 공작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좌파진영에서는 앞으로 이와 유사한 딥페이크 공작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번 대통령실의 강력한 조치는 당연한 도리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진짜임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높은 공을 들일 가치가 있는 인물만이 딥페이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번 딥페이크의 대상이 된 윤 대통령은 ‘진짜’이고 그동안 그의 연설은 ‘진심’이었다는 점을 반증해준다. 국민을 향한 마음이 진짜이고 진심이 아니었다면 가짜가 만들어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오히려 이 사건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에서는 이와 같은 딥페이크 논란이 될 만한 대상 자체가 없다. 가짜를 가짜로 둔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비명계 학살 공천이고 이재명 대표 1인을 위한 방탄 공천인데 이를 ‘시스템 공천’이라고 말한다. 또한 전략공천을 받은 안귀령은 외모 이상형에서 ‘차은우보다 이재명’이라는 황당한 선택을 했다. 본인은 예능에 가까운 방송이었다고 하지만, 예능이라고 거짓된 행동은 하지 않는다. 만약 진심이었다면 안귀령 눈에는 차은우 얼굴에 이재명 당대표라는 딥페이크 환시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득 ‘살인자ㅇ난감’ 속 비리를 일삼는 건설사 대표 형 회장이 이재명 대표의 딥페이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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