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중진, 엄중한 조치 촉구...침묵한 트럼프와 대조
'글로벌 개입주의' 성향의 독실한 개신교인...대북 강경파

공화당 중진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공화당 내에서 강경 입장 표명하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다. /EPA=연합
공화당 중진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공화당 내에서 강경 입장 표명하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다.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68, 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이 러시아의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8)의 수감 중 사망 사건과 관련,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18일(현지시간) CBS ‘페이스더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나발니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용감한 사람 중 한 명"이라며 "그는 (독일에서 치료 받은 후 2022년) 러시아로 돌아갔을때 푸틴에 의해 죽을 수 있음을 알았을 것이고, 결국 푸틴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고위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나발니는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지난 16일 돌연 사망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나발니는 러시아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푸틴의 최대의 정적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거침없는 언변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푸틴을 포함하여 러시아 고위층 비리 의혹 등을 폭로하며 러시아와 세계 각지에서 수백만 명의 지지자를 거느려왔던 나발니는 지난 2020년에도 러시아 국내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독일로 후송돼 20일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바 있다. 나발니는 냉전 시대 소련이 사용했던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에 노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당시에도 배후에 푸틴 정권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러시아를 미국 법률 하에서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나발니를 죽인 대가를 치르게 하자"며 자신이 이 방안을 민주당 소속 다른 상원의원 2명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러시아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고,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한다"며 "그들이 지불할 대가는 테러지원국 지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에 포함하는 입법 절차는 이르면 주초에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테러지원국 지정 자체는 국무장관의 결정 사항으로, 의회는 지정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거나 결의를 채택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 국무부는 테러활동에 연루되거나 테러단체를 지원한 나라들을 지정해 각종 제재를 가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테러확산을 막겠다는 차원에서 1978년부터 매년 테러지원국 명단을 작성해왔다.

현재 미국 정부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는 북한, 쿠바, 이란, 시리아등 4개국이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수출관리법과 수출관리규정에 따른 제재를 받는다. 우선 수출관리법 적용대상이 되면 무기수출통제법과 대외원조법, 수출입은행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활동수권법 등이 적용되며 이런 법들에 근거해 무역제재, 무기수출 금지, 테러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금지, 대외원조금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통상과 관련해서는 일반 특혜 관세제도의 적용금지, 대외원조 및 수출입은행의 보증금지, 국제금융기구에서의 차관지원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미국이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경우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러시아와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나라, 특히 중국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원에서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의원의 이같은 대러시아 강경 발언은 나발니 사망에 대해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에 대비하여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의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세계 자유 민주주의 및 글로벌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미국의 역활, 즉 글로벌 개입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평소 집단방위체제와 다국간 무역관세협정(FTA)등을 평가절하하는 트럼프와는 상반된 국제정치경제 입장을 견지하는 독실한 개신교인이며 대북한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해 위기가 고조되던 2018년 12월 트럼프를 설득하여 주한미군 가족 철수령을 막은 것으로도 워싱턴 포스트(WP, 1877)의 밥 우드워드 기자의 인터뷰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익명의 북한측 중재자를 통해 "주한미군 가족과 한국 거주 미국 민간인 소개령을 대북 공격 임박 신호로 여길 것"이라는 리수용 당시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의 경고를 전달받았다고 WP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당시 긴박했던 한반도 무력충돌 직전 상황을 전했다.

한편 16일 나발리의 돌연사로 러시아와 푸틴은 유럽 각국과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공화당 다선의 중진(하원 3선, 상원 4선)으로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이 큰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러시아에 대한 (미국무부)테러지원국 지정요청과 더불어 미국 의회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의 반대로 계류중인 610억달러(약 8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의 처리에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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