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다큐 영화 ‘건국전쟁’과 관련된 화제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2월 안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다는 흥행 대박 소식도 그러하고, n차 관람 열풍에 "감동했다", "울음이 나오더라"는 리뷰도 끝없다.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에 대한 무지의 벽이 깨져 나간다는 것부터 감격이다. 하지만 영화 한 편으로 현대사에 관한 편견을 다 깰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적어도 30년 이상 지식 대청소의 후속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 교실은 물론이고 영화·출판·미술·연극 등 장르에서 ‘건국전쟁’ 급의 문화상품이 쏟아져야 한다. 신문 방송 대중매체 변화도 당연하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도 당연히 그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 걸 염두에 두자면 ‘건국전쟁’ 흥행은 문화전쟁 첫 전투의 승리에 불과하다.

‘건국전쟁’에서 비중있게 조명되는 ‘런승만’ 대목 하나만 봐도 그렇다. 정말 많은 이들이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놀라워한다. 이승만이 6·25 때 한강 인도교 폭파한 걸로 모두가 잘못 알아온 것이다. 실은 4년 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까지도 그러했다.

그는 이승만을 향해 "6·25 당시 서울을 버리고 혼자서 남쪽으로 간 비겁한 지도자"라는 충격 발언을 했다. 당시 코로나 백신을 확보 못했던 문재인을 "비겁한 지도자"라고 한 뒤 그걸 이승만 대통령에 비유하는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지도자가 자기 보신만 한 사례가 있다"면서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간 선조, 6·25 때 혼자서 남쪽으로 도망갔던 이승만"을 지적했다. 건국-산업화의 맥을 잇고 있는 보수당에서 있을 수 없는 대형사고였다.

우리 모두는 물론이고 그 역시 현대사를 몰랐다는 증거다. 모두가 좌익의 농간에 놀아난 것이다. 때문에 주호영에게만 책임을 묻자는 게 아니다. 단 그가 정확한 사실을 인지한 뒤 사과했다는 기록이 그때도 지금도 없다. 건국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의 무지와 편견이 그만큼 깊고도 깊다.

그래서 아까 지적처럼 30년 이상 지식 대청소를 거듭 제안한다. 그게 영화 ‘건국전쟁’이 우리에게 남겨준 숙제다. 마침 얼마 전 소설가 이응준이 멋진 말을 했다. "인간과 세상을 장악하려는 거짓들과는 전쟁을 해야 한다. 역사는 그걸 문화라고 부른다." 그렇다. 우린 지금 문화에 목마르다. 문화전쟁, 역사전쟁밖에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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