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국무부 "北 비핵화 중간단계 고려' 발언 파문

"北 비핵화는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고 그것이 현실"
'美 대북 핵협상 원칙' 바꿀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
협상과정에서 北의 '通美封南' 전략에 말려들 우려

4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는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 훈련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훈련을 위해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가 계류되어 있다. 한미 군 당국은 FS 훈련 기간 지휘소 훈련과 함께 북한 순항미사일 탐지 및 타격 훈련, 연합공중강습훈련, 연합전술실사격훈련, 연합공대공사격, 공대지폭격훈련, 쌍매훈련(대대급 연합공중훈련) 등 실기동 훈련도 한국 전역에서 실시한다. /연합
4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는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 훈련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훈련을 위해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아파치 헬기가 계류되어 있다. 한미 군 당국은 FS 훈련 기간 지휘소 훈련과 함께 북한 순항미사일 탐지 및 타격 훈련, 연합공중강습훈련, 연합전술실사격훈련, 연합공대공사격, 공대지폭격훈련, 쌍매훈련(대대급 연합공중훈련) 등 실기동 훈련도 한국 전역에서 실시한다. /연합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5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이른바 중간 단계 조치와 관련, "궁극적인 비핵화로 향하는 중간 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D.C.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간 단계 조치에 북핵 동결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전술핵무기 고체연료, 극초음속 능력, 무인 잠수정 등 북한의 무기 관련 활동 및 확산의 범위를 고려할 때 미국이 다뤄야 할 무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북한이 핵무기 포기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도 미국이 미사일 숫자 제한 등 군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목표는 분명하며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는 하룻밤에 일어나지 않으며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 취해야 할 단계가 있다"며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국제 안보를 강화하며 인권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북한의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최종적인 목표로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북한이 현재 보유하는 ‘핵자산’(Nuclear Assets)에 대한 동결등을 의미하는 중간적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는 또 대남기구 정리 및 대납 위협 공세 등 북한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 "많은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장기적 전략적 변화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며, 현시점에서 북한 체제 유지나 국제적인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김정은의 주요 목표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바뀐 것은 김정은이 미국이나 한국과의 협상을 통해 주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수십 개의 탄도미사일과 수천개의 탄약 컨테이너를 러시아에 보냈다"며 "북한은 러시아에서 무기거래 파트너를 찾았으며, 김정은은 정치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을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위상(gravitas)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정치적으로 (지원을) 제공하는 두 개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있다"라며 러시아와 중국을 지적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관련해선 "북한의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90% 이상"이라며 "중국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으며 경제적 관계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의 완전한 이행, 북한에 대한 대화 촉구, 역내 안보에 해로운 활동 자제 등 중국이 북한에 건설적 역할을 하길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의 핵전쟁등 안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북 억제력을 더 강화하기보다는 북한의 전술핵무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군비통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미국 전문가가 주장했다.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4일(현지시간) 미국평화연구소(USIP) 기고에서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북한 정권의 무장을 해제할 가능성이 작은 만큼 한미동맹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한미동맹의 전략이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확대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키워 대북 억제에 실패할 위험이 있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지적했다.

마운트 연구원은 양측의 핵 역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면서 서로를 억제한 미국·소련, 미국·중국의 관계와 달리 북한의 핵 역량이 미국에 한참 열세이기 때문에 북한이 위기 국면에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반도 상황을 안정화할 수단으로 군비통제를 제안했다. 다만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와 핵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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