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日, 北의 '핵 인질' 가능성

美·北간 어떤 합의 나오더라도...'완전 비핵화' 기조 동맹 균열
韓, 자체 핵무장 여론 커질 듯...트럼프도 용인할 가능성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김정은 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김정은 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
이번 11월 미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주 5~6일 실시된 미 대선 '슈퍼 화요일' 예비경선에서 오는 11월 미대선 공화당 대선 주자로 확실시 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핵 대화’를 시간 낭비로 생각하고 있으며, 11월 대선 승리후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로 ’북한 핵 동결‘을 통해 대북(對北) 경제 제재 등을 완화하는 거래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의 저명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가 지난 2월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외교 치적‘을 위해 비핵화 협상의 목표치를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2002년 10월 3일 2차 북핵위기 발생 이후 부시행정부에서 정의한 비핵화 개념)에서 "핵 동결"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트럼프 1기 (2016.1.5 ~ 2020.1.5) 때도 미·북간 협상을 앞두고 미 언론들에서 북핵 동결 및 제재 완화 가능성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워싱턴의 안보·국방 관련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은 "이런 구상은 북한이 기존 핵을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이라며 "트럼프가 비핵화 목표에서 후퇴한 것이 사실이라면 미·북간 어떤 합의가 나오든 한국과 일본의 안보를 크게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특히 폴리티코는 지난 2월13일 트럼프의 대북 구상에 대해 설명을 받은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하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그에 대한 검증 수용을 요구하면서, 이에 대한 대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경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는 명시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북한의 핵무기를 해체하라고 김정은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다"며 "핵무기 관련 대화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더 큰 일, 즉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는 비핵화를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니고 ‘장기 목표’로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또한 트럼프가 이런 구상을 검토하는 것은 그가 임기 초 북한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본으로 하는 동북아의 한·미·일 핵심동맹국들의 오랜 대북 정책 기조에서 이탈하는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 익명의 소식통은 "트럼프는 (북한과의) ‘딜’을 원한다"며 "다만 어떤 종류의 거래를 원하는 지 그가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근본적인 북핵 위협 제거는 어려우니 핵 동결과 제재 완화 정도로 봉합한 뒤 ‘평화 달성’이라며 치적 내세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을 다시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지난해인 2023년부터 지속적으로 나왔었다. 트럼프가 임기 초부터 ‘외교 업적 쌓기’를 위해 북한의 일부 핵 동결 절차 및 도발 중단을 대가로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설익은 합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는 폴리티코 보도와 같은 날인 지난 2월 13일 그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폴리티코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밝히며 "그 기사에서 단 하나 정확한 것은 내가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안보 소식통은 "이 상태에서 미국이 ‘핵 동결’을 선언할 경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단거리 미사일 도발 등은 뒷전이 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구상은 아시아에서 핵보유 경쟁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한국 내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거세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북한의 기존 핵 보유에 문제 삼지 않을 경우, 북핵 대응 목적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검토하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미국 내 전문가들의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뉴욕타임스 매기 하버먼은 작년 출간한 회고록 ‘사기꾼(confidence man)’에서 "트럼프는 한국이 핵을 개발하는데 전향적인 것처럼 보였다"라고 했었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대한 재래식 방어 지원 등을 ‘경제적 부담’으로 인식하는 트럼프가 한국의 대북 방어를 한국이 주도하도록 하면서 핵 개발도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