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조
오광조

느낌은 자극이 있을 때 몸이나 마음이 맨처음 인식하는 감각이다. 몸이 느끼는 차갑고 뜨겁고 아픈 느낌, 마음이 무섭고 기쁘고 즐거운 느낌 등이다.

감정은 느낌이나 현상을 해석하면서 이차적으로 온다. 차가워 시원하다, 따뜻하니까 좋다, 아프니까 무섭다, 기뻐서 행복하다, 편해서 좋다 등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몸과 마음의 방향이다.

생각은 느낌과 감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며 내 상태, 나와 주변의 관계를 고려해서 정리하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능동적이고 에너지가 들어가며 경험·지식·지혜·가치관까지 동원하는 고차원 과정이다.

뇌는 세 층이 있다고 한다. 가장 깊은 층에 있는 뇌간은 생존을 담당한다. 파충류의 뇌라고 하며 척추동물은 모두 뇌간이 있다. 본능의 영역이다. 뇌간 위에 자리한 변연계는 감정에 관여한다. 포유류의 뇌라고 한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 맨위에 있는 대뇌는 사람의 뇌라 하며, 그 중 이마 부위의 전전두엽이 제일 나중에 발달한다. 이 부위가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 생각·인격·자기조절·판단 등을 담당하는데 20대 중후반에 완성된다. 여자가 더 일찍 성숙한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오면 철든다고 하는데 그때 나이와 얼추 일치한다.

본능대로 살면 편하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되고 몸 따라 행동하면 된다. 생각이 없으니까 군중심리에 휩쓸린다. 반사적으로 비난하고 욕한다.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고 내가 지지하는 인물을 무비판적으로 흉내낸다. 조종당하기 쉽다. 좀비가 따로 좀비인가.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하면 좀 낫다. 나름 판단한다. 먼저 공격했으니 반격한다, 상대의 행동에 기분이 나쁘니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기분이 나쁘냐고 하면 논리적인 답은 나오지 않는다.

본능과 감정이 결합하면 더 심각하다. 더 쉽게 더 강하게 흥분한다. 너 죽고 나 죽자고 덤빈다. 그럴듯한 명분만 주면 스스로 자가발전하면서 행동하고 만족하고 자부심을 가진다. 일례로 레밍 쥐는 남이 뛰면 같이 뛴다. 흥분해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죽는다.

생각을 하면 원인을 찾아 분석하고 행동의 결과를 고려한다. 손해와 이익을 따지고 상대 입장도 고려한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쪽을 택한다. 제일 성숙한 자세인데 얼핏 보기는 냉정해 보인다. 욕도 많이 먹는다. 그렇지만 결국 승자는 생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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