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조
오광조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숙명을 잘 나타낸 시다. 시인이 직업도 없고, 문단의 인정도 못 받고, 몸은 아파 실의에 빠져있던 20대에 집 앞 숲에 있는 두 갈래 길을 보고 쓴 시라고 한다.

두 길을 다 갈 수 없어 한 쪽 길을 훗날을 위해 남겨두지만, 한 쪽을 선택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다른 길은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다.

오래 전 방송에서 어떤 가수가 한 말을 듣고 크게 웃은 적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2000년도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때 부인을 나이트에서 처음 만났단다. 자기 앞에 긴 생머리가 매력적인 두 여자가 있어 불렀고, 돌아본 여자와 결혼했다고 했다. 더 멋진 순간을 만들지 못해 후회가 남았나보다 했다. 그런데 그는 과거로 돌아가면 뒤를 돌아보는 미래의 아내에게 "너 말고"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방송이라 재미있게 하려고 한 말이겠지만 집에 가서 많이 혼났을 것 같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한순간, 한 공간에만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선택은 필수이고 운명이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다. 그중 가장 나아보이는 것을 고른다. 별 생각없이 한 선택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까마득한 차이가 난다. 아주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헤아릴 수 없는 사건과 선택의 결과가 오늘이다. 이중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오늘은 달라졌을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말은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선택의 무게는 커진다. 인생의 남은 기회가 줄어들수록 선택은 신중해진다. 선택은 다른 기회를 포기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하지 못한 일, 가지 못한 길의 미련은 두고두고 남는다.

고민이 큰 선택일수록 후회는 크다. 하지만 대부분 가치 없는 행동이다. 반성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의미가 있다. 역사를 공부하고 실패 사례를 배우는 이유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두고 후회만 하면 무의미하다. 그때 이랬다면 오늘이 바뀌었을 텐데 하고 반추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래에 후회를 줄이려면 오늘을 바꾸려 노력하는 게 백 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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