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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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의 대선 출마 합헌 판결과 함께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부활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현 대통령과 맞붙게 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정체성:존엄성요구와 분노의 정치>에서 트럼프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백인 노동자층 삶은 이미 1980년대부터 흑인 및 유색인종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밀려 새로운 좌파적 이념논리를 찾던 미국 리버럴들은 사회 중추세력인 노동자·농민·도시서민의 사회적 평등을 내팽개쳐 버렸다. 대신 여성·성소수자·유색인종·장애인·이민자와 난민, 종교와 다문화민족 같은 사회 주변부 소외층의 평등에 집중했다. 좌파의 법 제도화 노력은 소수인종법(Minority Law), 정치적 올바름 (PC) 등과 같은 사회 분열을 대변하는 ‘정체성 정치’ 시대를 만개시켰다.

보편적인 정당정치와 분리된 소외집단들의 배타적 정치투쟁은 미국 사회를 심각하게 분절화 시켰다. 특히 집단의 특수이해에 집중하는 각종 압력단체들은 사회 전반을 극도로 이기적이며 자기도취적인 세상으로 끌고 갔다. 결국 정체성 정치 확대로 미국 사회 중추가 되어야 할 백인노동자와 농민, 도시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좌파가 주도했던 정체성 정치 부작용은 트럼프 등장과 함께 거대한 극우 포퓰리즘으로 나타났다. 미국우선주의, 고립주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경멸은 트럼프 현상에 열광하는 백인 지지층의 강력한 팬덤 현상을 가져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했던 어설픈 자유주의 국제질서 회복은 세계 곳곳에서 조롱받았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 문제, 혼란스런 난민정책은 트럼프의 화려한 부활을 재촉했다.

후쿠야마는 좌우 정체성 정치로 팬덤화된 미국 사회를 재부팅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입각한 새로운 국민정체성 확립과 사회통합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번 망가진 자유민주주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세월에 걸친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이 불가피하다. 향후 트럼프가 주도할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에 잘 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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