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더불어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대표(가운데)와 이해찬 전 대표(왼쪽),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함께 투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대란이 대규모 탈당 사태로까지는 번지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이 12일 4.10총선 전략을 지휘할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스리톱’ 상임선대위원장에는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상임고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위촉됐는데, 이 대표에게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공천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 고문과 당 원로이자 영남 출신인 김 전 총리가 합류하면서 일단 외양상으로는 통합형 선대위가 꾸려지게 됐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임 전 실장에게도 선대위 합류를 제안했지만 임 전 실장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천 대란에 따른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는 못한 채 선대위 체제가 발족해 뒷맛이 남는다.

민주당 선대위는 선거일을 29일 앞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출범식 및 1차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국민과 국민의힘의 대결"이라며 "나라를 망치고도 반성 없는 윤석열 정권의 심판을 위해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 국민이 승리하는 길에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민주당은 역사의 갈림길마다 바른 선택을 해왔던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며 "심판의 날에 국민들은 떨치고 일어나 나라의 주인은 영부인도, 천공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을 용산이 깨닫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이번 총선은 내가 지금까지 치러본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현실정치를 떠났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절대로 놓쳐선 안 되겠다는 절실한 심정이 들어 선대위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꼭 심판을 잘해서 국민의 고통을 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실하고, 절실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우리가 심판론을 이야기하면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마음과 자세를 가지면 안 된다"면서 "역대 선거를 보면 지나치게 자극하거나 반감을 불러일으켜 선거 전체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후보들은 자기 영혼을 갈아 넣어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천을 받은 분들은 공천의 기회를 갖지 못한 분들을 잘 위로하고 그분들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기 바란다"며 "과거 우리 선배들은 바로 그러한 에너지를 함께 모았고 그래서 오늘의 민주당이 있다. 모두 한 팀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총리는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한 것에 대해선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지난 2022년 5월 국무총리에서 퇴임하면서 "저는 오늘 국무총리직을 퇴임하면서 지난 30년 넘게 해왔던 정치인과 공직자로서의 여정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11일 기자들과 만난 김 전 총리는 "이유가 무엇이든, 제가 국민 여러분께 드렸던 말씀을 지키지 못하고, 다시 정치 일선에 나서게 된 점에 대해서는 참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 원로 중 한 명인 김 전 총리를 선대위에 합류시킴으로써 일정 정도 통합 명분을 얻게 됐다. 그런데 김 전 총리가 정계은퇴를 번복하면서까지 이 대표를 도우는 이유에 대해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김 전 총리는 11일 선대위 합류를 선언하면서 "투명성, 공정성, 국민 눈높이라는 공천 원칙이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께서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민주당 공천을 비판했는데, 그런데도 선대위에 참여한 게 모순이기 때문이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여의도에선 김 전 총리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하고 움직인 것이란 말이 있다"며 "아무리 공천이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선거국면에서 뒷짐 지고 있으면 나중에 이재명 대안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노리고 선대위에 합류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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